▲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이희훈
문 교수는 "피의자들의 목표물은 주민등록번호"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번호는 만능키라 해커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라며 "금융기관을 비롯해 상점, 병원 모든 곳에서 주민번호가 쓰이니 이거 하나면 개인의 모든 것을 재구성 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맞춤형 마케팅뿐만 아니라 신분위장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번호를 정점으로 한 개인정보 지하유통망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분별한 정보수집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식당, 마트에서 포인트 적립하는 보너스 카드 하나를 만들 때도 주민번호를 대라고 하는데 이들은 주민번호를 수집해놓았다가 암거래 제의가 오면 팔려고 하는 것"이라며 "주민번호가 개 당 1000~5000원 정도 하니 돈이 궁하면 정보를 판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년 전에도 전 국민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지만 정부는 그 뒤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네이트, 싸이월드에서 3500만의 주민번호가 유출됐는데 전 국민이 다 털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민번호의 위력은 핵폭탄 급이라 난리가 나도 그때 났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일부 카드사는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으니 2차 피해가 없다고 말하지만 주민번호 하나면 모든 걸 다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차 피해가 없다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말은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2차 피해가 없다고 하는 거는, 언제 유출로 피해를 입은 건지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자가 나와도 그게 이번 카드정보유출로 피해 입은 건지 증명이 안돼요. 과거에 주민번호, 카드번호 유출된 적이 이미 많으니까요""2차 피해 없다고? 금융당국과 정부의 말은 면피용에 불과"그도 이번 카드 3사 중 롯데카드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그는 "이번에 유출됐다고 이메일로 통지가 왔는데 언제 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나 같은 전문가도 모르는데 일반인들은 파악하기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나중에 집단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나와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일단 지금 상황을 넘기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카드사태 이후 정부가 종합 신용정보 집중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설립하고 인터넷 뱅킹 인증 보안 강화, 정보수집 최소화 등 대책마련을 부지런히 내놓고 있지만 김 교수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책은 대책 자체로 좋지만 약발이 안 먹힐 것"이라며 "이미 다 털렸는데 지금 와서 최소화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나는 개인정보를 아주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라 현금영수증도 안 쓰고 카드도 지금까지 한 개 뿐이지만 정보유출건수를 조회해보니 200회가 넘는다"며 "국민들도 최소 그 이상일 것"이라고 문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