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의원은 그의 석사학위 논문에서 칼 폴라니를 자주 인용했다.
국회전자도서관
또한 김 의원은 자신의 논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진보성향으로 평가받는 학자들의 저술을 많이 인용했다. 그가 논문에서 주요하게 인용한 학자에는 강내희·강문구·강원택·김동춘·김민웅·김상조·김세균·노중기·손호철·신광영·유철규·유팔무·이병천·임혁백·정상호·정태인·최배근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크게 사회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까지 다양하다.
"국가개입의 공간을 최소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처방은 그들이 의도하고 있는 시장질서의 확립에도 역행한다. 문제의 해결책은 국가개입을 최소화한다거나 국가개입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민주화에서 찾아야 한다." (Przeworski, 1998; 임혁백, 1998)(41쪽)"현재 정부와 재계가 추진하고 있던, '배타적 소유관계에 기반하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모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중략)…소유권에 기초하지 않는 사회적 권리도 고려하는 '이해 관계자 자본주의' 혹은 민주적 협력 자본주의가 전제될 때, 구조개혁과 노동정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동의에 기반한 의미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상조 1998, 이병천 1998)김 의원은 폴란드 출신의 민주주의이론가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뿐만 아니라 특히 칼 폴라니를 여러 차례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을 통해 '시장이라는 신화의 허구성을 밝히고, 시장경제의 대안으로서 인격적 관계의 공동체, 길드 사회주의, 지역주의적인 세계 질서'를 주장한 경제사가다. 그런 칼 폴라니를 여러 차례 인용한 것은 그의 저서에 '21세기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모든 이론적 흐름이 원형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DJ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들을 비판하기 위해 칼 폴라니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북한 외교능력 치켜세우기까지... 그도 한때 '종북좌파'?특히 논문에는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인 '동북아 균형자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 "비록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지만, '떠오르는 중국'과 일본의 존재는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중요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구도는 조정자로서의 우리의 위상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라고 서술한 대목이 그렇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국의 보수우파진영으로부터 '한미동맹에서 벗어나려는 반미의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는 한국의 보수우파 진영에서 볼 때 '종북적 논조'라고 규정할 만한 대목도 발견됐다. 김 의원은 "이렇게 주어진 여건의 협소함을 '신자유주의적 지향' 일변도로 더욱 더 좁게 만드는 누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 김대중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라며 이렇게 서술했다.
"적절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핵문제 처리 과정에서 북한의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제적 협력을 동시에 견지하는 외교능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46쪽)신자유주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DJ정부와 '벼량끝 전술'을 통해 경제분야 등에서 실리를 챙기는 북한을 대비시키면서 북한의 외교능력을 치켜세운 것이다. 김 의원이 통합진보당을 "종북주의 정당"이라고 규정하고 정당해체를 주장하는 등 '종북몰이 전문꾼'으로 활약해왔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서술이다.
이렇게 김 의원의 석사학위 논문은 완전히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텍스트다. 그가 이 논문을 온전하게 모두 집필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한국 보수우파의 눈에는 그가 '(종북) 좌파'로 비쳐질 수도 있다. 어쩌면 한때 진보좌파였던 그가 보수우파로 전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니 원스턴 처칠과 칼 포퍼의 얘기가 떠오른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요,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젊어서 맑스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이고, 그 후에도 맑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것은 더 바보이다." (칼 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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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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