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농성 움막으로 상동면 고답 마을 감나무 밭에 지어졌다.
김종술
네 번째로 상동면 고답 마을을 찾았습니다. 기자를 한전 직원으로 착각한 주민에게 30여 분간 발목을 잡혔습니다. 어렵게 신분 확인이 끝난 뒤에 찾아간 움막. 대추밭을 지나 감나무밭 인근에 꾸려진 8평 크기의 움막은 가로 세로 7m 정도의 크기에, 넓이 2m 깊이의 구덩이를 파놓았더군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20여 명의 어르신이 움막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최초로 공개했답니다.
서보형(남, 82) "8대가 살아오면서 이렇듯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다. 내 재산을 나와 합의도 없이 빼앗아 가려는 게 민주주인인지 묻고 싶다. 114번, 115번 송전탑이 들어올 자리는 산도 아니고 밭이다. 주변에 선조가 잠들어 계신 묘지만 28기가 있을 정도다. 전선과 민가의 거리도 270m로 거리라 쇠사슬을 목에 걸고 다 같이 죽을 각오로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종회(남, 87) "우리 손자 손녀들이 이곳에 돌아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박상근(남, 82) "늙고 병들어 힘도 없는데 (경찰) 날 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석조(남, 79) "송전탑이 오면 벌이 교배를 못해서 감 농사가 안 된다고 한다. 1년에 1천만 원정도 수확해 근근이 살아가는 내 삶을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두댁(81) "여경이 팔을 잡아 비트는데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
덕산댁(76) "박근혜 대통령이 송전탑 문제에 대해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제발 우리 소원을 들어달라. 차 못 가게 한다고 우리를 가둬 버리는데, 자기들은 내 밭을 다 밟고 다닌다."
이서댁(71) "아들 장가보냈으면 한다. 송전탑도 땅에 묻었으면 원이 없겠다."
동우대(72) "자식들이 정년퇴임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자식들 머리에 송전탑을 씌워주기 싫다."
동화댁 "한전 놈들 몰래 와서 도둑놈처럼 쳐다보고 가는데 제발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못 먹고 못 입고 산속에서 배곯아 가면서 사 모은 땅이다. 그만 좀 넘봐라."
대신댁(74) "송전탑과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받은 뒤에 (인근 주민들이) 허락했다고 사기 좀 그만 쳤으면 좋겠다."
금호댁(73) "옛날에는 욕도 못하고 순둥이로 살았는데 한전, 경찰과 싸우면서 욕만 늘었다. 나 욕 좀 안 하고 살게 해줘라. 그리고 한전이고 시청이고 돈 찾아가라고 전화 좀 고만해라."
# "남을 위해 사는 세상, 순리로 사는 세상, 상생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