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푸르의 천문 관측소 잔타르 만타르
Dustin Burnett
자이푸르는 인도 중세에 건설된 도시로는 보기 드문 계획도시로 6개의 도시 구역이 중앙의 팔라스 쿼터(Palace quarter)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올드 시티(Old City)라고 불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팔라스 쿼터에는 하와 마할(Hawa Mahal)과 왕궁의 정원 그리고 작은 호수가 들어서 있다. 격자 무늬로 구획 지어진 6개의 어반 쿼터(Urban quarters)는 담홍색으로 칠해진 셀 수 없이 많은 상점의 나열로 촘촘하다.
직선으로 난 곧은 길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가 돼 버리기 십상이다. 화려한 보석과 사리로 치장한 인도 여인들에 눈이 팔리다 보니, 내가 지나쳐 온 길이 어디였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매우 탐나지만 전혀 쓸모가 없을, 고운 무늬를 새긴 가죽 신발이 잔뜩 쌓인 길. 커다란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진열해 놓은 보석 상점들. 이미 한 잔 했지만, 다시 입맛을 다시게 하는 북인도 최고의 라씨(버터 밀크와 지방 함량이 높은 우유로 만든 인도의 차가운 요구르트 음료) 상점에 길게 늘어선 줄. 이러저러한 자이푸르의 풍경들을 이정표 삼아 길을 걸었다.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섰다. 세상 모든 화려함이 응축된 듯한 색의 잔치. 라자스탄 특유의 화려한 사리를 파는 상점들의 골목이다. 알록달록한 초록, 분홍, 빨강의 천들이 거리에 펼쳐져 있다. 한 상점에서 엄마와 딸처럼 보이는 예쁜 인도 여인 둘이 비단을 파는 상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는 화려한 색감과 활기찬 사람들의 에너지에 넋이 빠져,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내가 떠나온 곳과 그리 멀지 않은 이곳.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천을 만들고, 보석을 팔고, 음식을 먹고, 색을 입으며 살고 있다. 새삼 드는 생각. 내가 살던 작은 세상은 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내가 보고 있고 듣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토록 활기찬 모습으로 하루를 힘차게 살아내고 있다. 세계는 내 인정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알아주지 않아도, 세계는 무심하고 담담하게, 하루의 시간을 쓸어담으며 다음 시간으로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