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츨리 파크블레츨리 파크의 메인 빌딩. 출처는 http://www.matematiksider.dk/enigma_eng.html
블레츨리 파크
<가디언>은 데이빗 리빗을 인용해 "튜링은 자신이 보안상의 위험인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경찰에 의해 추적당하고 쫓기고 있다고 느꼈고, 유죄 선고는 그에게 심오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50년대 영국에서는 동성애자인 그가 러시아 첩보망에 현혹되어 다른 편(적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동성애 배신자'라는 편집증이 있었다. 그러나 앨런 튜링은 너무 정직했고, 그래서 애국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튜링이 1954년 사망했을 때 그를 칭송한 부고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그때까지도 국가 기밀이었다. 세월이 흘러 비밀에 해제되고 그가 처음 개념을 정립한 컴퓨터 시대가 개막하자, 네티즌들은 캠페인으로 영국 정부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2011년에 시작된 온라인 사면 청원 서명자는 그의 탄생 100주년인 지난해 11월 마감할 때까지 3만7404명이었다. 2009년 9월 당시 고든 브라운 총리는 튜링이 받은 '극악한(appalling)' 처벌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사면 청원은 거부되었다. 근거는 당시 튜링은 '범법자'였고, 적법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카메룬 영국 총리는 24일 튜링을 '비범한 인물(remarkable man)'로 묘사했다. 카메룬 총리는 "그의 행동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명을 구했다. 그는 종종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로 언급되고 자신의 상당한 과학적 업적을 통해 뛰어난 국가적 유산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블레츨리 파크 트러스트'의 책임자인 이아인 스탄덴(Iain Standen)은 "사면은 그가 제2차대전 암호 해독뿐만 아니라 컴퓨팅의 발전 분야에서도 뛰어난 공헌을 한 것에 대해 진전된 인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이 전한 사면 반응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옥스퍼드대 수학과 연구교수이자 튜링의 전기 <The Enigma>의 저자인 앤드류 헛지(Andrew Hodges) 박사는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사면'이 어떤 법적인 원칙을 구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면서 "LGBT 권리 운동이 법적인 보장으로 완전히 구현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헛지는 "더 실질적인 조치는 냉전 시대에 튜링이 GCHQ를 위해 수행한 비밀 업무에 관한 파일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GCHQ는 올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적인 불법 도-감청기관'이라는 유명세를 탔다.
"여왕의 사면은 너무 늦게 나왔다"영국 상원에 청원을 소개한 자유민주당 로드 샤키 상원의원은 "사면은 튜링이 겪었던 잔인함과 불의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했을 뿐"이라며 "단순히 게이라는 이유로, 튜링처럼 그들의 신념이 무시되는 유죄를 선고받은 모두를 위한 캠페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 인권운동가 피터 태첼은 "여왕의 사면은 너무 늦게 나왔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세기에 피해자 없는 동성애 관계로 유죄판결을 받은 다른 5만명이 넘는 남자들에게도 늦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성적 소수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동성결혼 인정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점차 변화되면서, LGBT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인 핑크머니(pink money, 동성애자의 구매력)가 주목받고 있다. 여왕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무 늦게 배달되었지만 튜링이 국가폭력에 의해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죽음에 이른 50년대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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