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에 가면아이들이 후원자에게 부친 '비밀 편지'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진심이 엿보인다.
김종훈
"인도의 어린이날이 언제인지 아세요?""5월 5일 아닌가요?"이지영(35)씨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간다 음식, 아이티 축제, 부르키나파소의 전통의상에 대해서도 물어왔다. 물론 이씨의 질문에 어느 것도 답하지 못했다. 책에선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지영씨는 현재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Compassion)'에서 7년째 번역 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상식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있는 '한국 컴패션'을 찾았다. 이날은 특히 40여 명의 사람들이 첫 번째 번역 봉사를 위해 모인 자리였다. 2시간의 오리엔테이션 후 이들이 걸어 온 이야기, 컴패션이 꿈꾸는 세상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들어봤다.
알랑가 몰라? '비밀 편지'의 짜릿함어색한 시작이었다. '번역 봉사'라는 거창한 뜻으로 모인 자리였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럴 것이 10대 학생부터 50대 주부, 직장인까지 다들 처음 보는 사이였다. 하지만 컴패션 영상이 소개되고, 익숙한 얼굴의 연예인이 나와 "여러분과 컴패션이 하는 일, 잘 알고 계시죠?"라고 살갑게 말하자 이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공통의 관심사가 이들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그런데 주말 저녁 이들을 서울 한남동까지 오게 한 특별한 사연은 따로 있었다. 바로 '비밀 편지'였다. 마치 몰래 훔쳐본 친구의 고백 편지를 떠오르게 하는 그것은, 사람들 표정에 묘한 설렘까지 일게 했다.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짜릿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