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던 날, 하늘공원. 하늘은 파랗고 뜨겁고... 저 수많은 인파가 보이는가.
홍현진
'내 맘대로', '남들 하는 대로'. 결혼 준비를 하는 내내 나와 곰씨는 이 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고 했다. 남들 다 하는 대로 따라 하기는 정말 싫은데, 그렇다고 해서 남들 신경 안 쓰고 내 맘대로만 할 수 없는 어중간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를 잃지 않을 것인가. 당시에는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돌아보면 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웨딩 촬영도 처음에는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배경 앞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의상을 입고 처음 보는 사진사 앞에서 하루 종일 방긋방긋 웃으며 촬영할 자신이 없었다. 어색하고 민망한 것을 잘 못 참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어차피 8년 넘게 사귀면서 사진도 많은데, 굳이 따로 또 찍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여름쯤 카메라 한 대를 구입했다. 친구와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포토 프린트를 사서 집들이에 온 친구들에게는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주기도 했다. 고향집에도 사진을 가져갔다. 우리의 시작이 우리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작은 의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우리 신혼집에도 그 사진이 걸렸다.
웨딩 촬영을 따로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예쁜 모습을 남겨놓으라'고 말했다. 이미 '화양연화'는 지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웠다.
그러다가 곰씨의 친한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사진 찍는 날, 나는 원피스를 입고, 곰씨는 면바지에 남방을 입었다. 촬영 장소는 회사가 있는 상암동. 하늘공원이 당초 목적지였지만 10월 초인데도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일단 태양을 피해 회사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마이뉴스> 사무실이 있는 층에는 건물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바람을 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잔디도 깔려있고, 탁 트인 하늘을 배경으로 건물들이 보인다. 매일 일하러오는 회사에, 그것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하고 왔더니 어찌나 민망하던지. 혹시나 담배 피러 나오는 당직자들이 있을까봐 힐끔거리며 사진촬영을 했다.
해가 조금 떨어지자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근처에 사는 친구도 자전거를 타고 얼마 전 구입한 카메라를 들고 과일을 싸서 놀러왔다. 사진 찍는 건 역시 어색했다. 너무 많이 웃었더니 광대는 승천, 눈가에는 주름, 입가에는 경련이…. 토요일 오후 하늘공원에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그래도 친한 친구가 찍어준 덕분에 자연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 결혼, 고마움 반 미안함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