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할매, 할배가 보내는 편지
김종술
"박근혜 대통령님께
날이 추워졌는데 바쁜 국정운영으로 많이 바쁘시지요?, 대통령님이 처음 취임하셨을 때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밀양에 할매 할아버지의 표정들 속에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이렇게 배웁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는 양자 사이에서 이해와 대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배려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를 사랑하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덕목입니다. 대통령님도 행복한 나라라는 목표 속에서 이러한 덕목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지금 밀양은 한전과 정부 그리고 주민간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되었고 감금, 연행으로 인해 울고 있습니다. 고 이치우 어르신에 이어 고 유한숙 어르신이 억울하게 돌아가셨음에도 언론과 경찰은 왜곡하고 있습니다. 분향소를 차리는 것조차 무자비하게 밟고 부수어 버렸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친 어제 밤에도 할머니들은 비닐에 의지한 채 영정을 지키셨습니다. 대통령님 제발 행복하게 해주세요!" - 밀양에 어진.
박근혜 대통령님, 보라마을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벌써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죽어 가는데 이걸 꼭 해야겠습니까? 사람 좀 고만 죽이세요. 우리는 이젠 데모하러 맨날 나오니까 다리도 아프고 일도 못 하고 다 죽겠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글픕니다. 철탑만 안 세우면 됩니다. 철탑만 중단하세요.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이 90입니다. 철탑 때문에 매일같이 도로에 앉았으니 이기 산기가 죽은기가? 대통령 자기가 한 말 중에 지킨 게 하나도 없습니다. 노인연금도 안 주고, 대통령답게 말을 지키세요." - 보라마을 유순남(70), 최잔남(90), 김옥수(85), 박갑순(87), 김정연(60), 손찬순(67).
"몆 년간 지속된 싸움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초래됐습니다. 본인의 주택과 농지가 철탑과는 300미터 거리니, 생활유지가 불가능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대를 다녀와 이곳에 살아 온 지 47년, 제 나이 70살이 좀 넘었습니다. 이곳에 일궈놓은 농지에서 평생을 살아갈 것인데 송전탑으로 농지가격은 물론 토지 판로가 막혀 버렸습니다.
이곳은 청정 지역인데 청천 벼락같은 불벼락을 맞았습니다. 관할 관청이나 한전은 우리 주민들을 찾아 시장에 갈치, 꽁치 흥정하는 식으로 주민들을 농락하고 있으며, 강압적인 공사현장으로 인하여 주민들은 실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백지화 아니면 죽음밖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동안 울분을 참지 못하고 죽음으로 희생한 분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죽음을 원하고 있단 말입니까? 저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 고향을 넘겨주고픈 심정입니다" -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김성환.
# 박근혜 물러가라, 그래야 해결될 거 아이가"박근혜 물러나가라. 물러나가야 이게 해결될 거 아이가. 시장도 물러나가라. 할 말이 너무 많다. 우리 밀양 시민들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왜 숨어 있노. 지만 살기라고 떳떳하게 살아라. 우리가 무슨 죄가 있노. 내 땅 지키려고 이러는데 길바닥에 벌벌 떨면서 있고 우리가 노숙자도 아니고." - 고정마을 어머니.
"밀양에 사는 할배입니다. 다른 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어째서 계속 원전을 더 지으려고 하는지 시대에 역행을 하면서 주변에 사는 우리 국민들을 결국 죽이려고 하니, 힘없는 우리 할매, 할배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합니까. 송전탑 때문에 벌써 사람이 둘이나 죽었는데 정부는 오히려 경찰병력 3000명을 풀어서 우리를 다 죽이려 하는 이 정부가 너무 너무 원망스럽고, 그 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어 내 자신도 지금 당장이라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윤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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