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시크릿노트(왼쪽)의 '디자인 홈'과 삼성 갤럭시노트3의 맞춤형 화면
김시연
여러분은 스마트폰 고를 때 가장 먼저 뭘 보세요? 디자인? 브랜드? 기능? 그도 아니면 가격? 사람마다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디자인을 유심히 보는 분이라면 요즘 스마트폰들이 서로 조금씩 닮아간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조금씩 파헤쳐 볼까요.
지난 주말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점심 때 들른 한 식당에서 우연히 '스마트폰 뒷담화'를 듣게 됐습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옆 자리 일행들이 워낙 큰 소리로 얘기해서 피할 도리가 없었죠.
공교롭게 그 일행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회사 직원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 직원 말이 '아이언' 때문에 회사가 망할 뻔 했다가 '시크릿노트' 덕분에 살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느 회사인지 짐작하시겠죠?
바로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3대 스마트폰 브랜드로 꼽히는 팬택입니다. 한때 베가 시리즈를 앞세워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LG 뒷심을 당해낼 순 없었죠. 팬택은 올해 초 '베가 아이언'이란 신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국내 최초로 금속 프레임을 사용해 '튼튼한 디자인'을 강조했지만 통신사 보조금 단속에 된서리를 맞은 것이죠. 결국 지난달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직원 1/3에 해당하는 800여 명이 6개월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습니다.
베가 아이언이 실패하고 시크릿노트가 뜬 까닭그런 팬택이 요즘 '시크릿노트' 덕에 신바람이 났습니다. 하루 평균 5000대씩 팔리며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한 것이죠.
그런데 그날 팬택 직원 맞은 편에 앉은 'LG폰 주인'의 평가가 예리했습니다. 아이언이 실패한 건 3위 업체가 겁도 없이 독창적 디자인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거꾸로 시크릿노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삼성 갤럭시노트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금 국내 시장에선 갤럭시노트가 대세인데, 닮은 경쟁 제품이 있으면 일단 가격이나 기능을 비교해보고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잘 베껴야 산다'는 겁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팬택이 삼성과 LG 틈 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경쟁사에 뒤지지않는 성능 탓도 있지만 '저가 전략'이 잘 통했기 때문었죠.
팬택도 지난달 시크릿노트를 선보이면서 '갤럭시노트보다 하나 더!'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시크릿노트는 펜까지 내장해 겉모습만 보면 갤럭시노트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지문 인식 기능을 활용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으로 뭔가 하나 더 있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한 것이죠.
LG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LG는 옵티머스G나 옵티머스뷰에 각진 테두리를 채택해 나름 디자인을 차별화했지만 올해 들어 선보인 옵티머스G 프로나 G2, 뷰3는 모두 갤럭시S4나 갤럭시노트와 비슷한 둥근 테두리를 사용했습니다. 뷰3는 한술 더 떠 펜까지 내장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