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마거릿 멘델 캐나다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장(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포럼에서 '서울 선언'을 발표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시연
'노리단'은 2004년 서울시 청소년직업센터인 '하자센터'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으로, 각종 폐품을 활용한 문화 예술 공연으로 관심을 끌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0년 사회적경제 '모범도시'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에 이어 지난해 캐나다 퀘벡 현지를 취재했다. 당시 세계 최대 서커스 공연 기업인 '태양의 서커스'가 사회적 기업에서 출발했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관련기사:
1억명 열광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한 비결).
다만 멘델 소장은 '태양의 서커스'에 대해 다른 관점을 밝혔다.
"태양의 서커스는 처음에는 비영리단체로 시작했지만 점차 민간영리기업으로 바뀌었다. 물론 매우 혁신적이고 훌륭한 서커스 공연을 하는 퀘벡의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사회적 기업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태양의 서커스'에 분리된 'TOHU'라는 서커스 극장이 비영리 단체이고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는 구성원들의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효율성뿐 아니라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신용조합이나 마이크로금융, 비영리단체들로 구성되는데 멘델 소장은 사회적 기업 가운데서도 '비영리'를 강조한 것이다.
멘델 소장은 몬트리올 콩고디아대학에 적을 둔 경제학자이면서 캐나다 퀘벡 사회적경제협회인 '상티에' 등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다. 퀘벡 인구는 790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협동조합이 3000개가 넘고 조합원 880만 명이 넘는다. 200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도 6만 명이 넘는다. 사회적 경제가 퀘벡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내외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도 유독 퀘벡에서 사회적 경제가 발달한 건 유일한 프랑스계 자치주로서 독립성이 강한 데다 노동조합이나 협동조합 같은 공동체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과연 노동조합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한국 문화에서 사회적 경제가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노동운동 자체가 사회적 경제를 도운 건 아니다. 사회적 경제 자체가 공동체 전반에 걸친 경험을 통해 뿌리를 잘 내린 결과다. 노동 운동의 지지나 협업이 중요하긴 했지만 점차 환경 운동이나 여성 운동 같은 다른 진보적인 운동도 힘을 실어줬다. 이런 단체들은 사회 평등, 사회 정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 보호 같은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협업이 잘 이뤄졌다. 물론 퀘벡 노동자의 40% 정도가 노조원일 정도로 노동 운동이 강하다. 사회적 동원 역사도 탄탄해 여러 연합체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문화적인 요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화합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공동 목표를 지녔기 때문에 진보주의적 운동이나 시민운동과 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퀘벡 상황은 굉장히 다르고 퀘벡 역시 캐나다 다른 주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장 경제 대체할 순 없지만 시장 실패로 영향력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