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로지 앞 공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신한범
'빨리 빨리'에 길들여진 우리는 히말라야의 느릿느릿한 템포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재촉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고도를 높이게 되면 자신의 몸이 외부 기압에 적응하지 못해 고산병이 찾아올 수 있다. 고산병에 걸리면 가던 길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인생에서 '천천히'는 낙오를 의미하지만 히말라야에서는 순리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번 트래킹은 푼힐을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여정으로 10일을 예상하고 있다. 나야풀에서 시작한 트레킹은 푼힐을 거쳐 타다파니, 촘롱,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를 지나 해발 4130미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서 마무리 된다.
안나푸르나에서는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든 것이 소중해진다. 차 한 잔, 컵라면 한 개, 따뜻한 방 등 평소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이 히말라야에서는 감동과 감사로 다가오는 것이다.
허술한 로지는 난방이 되지 않으며 희미하게 방을 밝히는 전기도 밤 열 시가 되면 꺼져버린다. 잠들지 못한 밤, 몇 번이고 헤드 랜턴으로 시계를 보지만, 새벽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세상에 두고 온 인연들이 생각나며 원수까지도 그리워지는 곳이 안나푸르나이다.
세상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가지고는 산을 오를 수 없다. 그동안 쌓아온 욕심을 비움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한 여정인 까닭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걸어야 안나푸르나의 장엄한 설산과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니.
신들의 인사, "나마스테"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의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 푼힐 전망대다. 안나푸르나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포카라에서 3일 정도 걸어서 다다를 수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해발 2800m의 고라파니에서 새벽에 출발해 1시간 가량 산을 오른다. 푼힐 전망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추위와 싸우며 일출을 기다린다. 털모자를 눌러 쓰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누구 하나 웃거나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 진지한 모습은 사뭇 장엄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