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후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과 삼성의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찾아 '깜짝 시구'를 했다.
청와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초반에 관련자들을 전부 수사하고 사법처리를 분명하게 했다면 어쩌면 박 대통령은 국민적 신뢰를 받았을 것입니다. 워낙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분이고, 그 뜻이 흐트러지는 걸 국민 앞에 별로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정권을 거머쥔 뒤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어땠습니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해 안면몰수하고 모르쇠로 일관했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과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냈습니다. 심지어 PK라인으로 사정기관을 라인업 하고 정치검찰로 바꿔버렸습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의혹사건에 대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정권의 정당성 때문인 것이지요.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재판도 전부 무죄가 선고될까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판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유죄가 선고될 수 있을까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그렇게 사법적 결론을 낸들 우리 국민들이 정홍원 총리의 당부대로 믿어드릴 수 있을까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습니다. 사기꾼의 꼬임에 빠진 어리석은 왕이 멋진 옷을 입었다고 착각하고 행차했지만, 어린 꼬마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얘기할 때까지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가르침에 빗댄 것이지요.
민주당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 전면 개편 요구"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정 총리의 첫 번째 담화가 발표되던 날 같은 시각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 전면 개편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헌법유린 사태 앞에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국정원에 도움 받은 것이 없다며 국민들의 진실규명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알았건 몰랐건 이미 사실로 확인된 총체적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수사축소·은폐시도와 외압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 "국가기관의 총체적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특검을 도입하고, 내각 총사퇴를 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이렇게 주장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꿈쩍도 안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 어떤 정적에 대해서도 별로 겁먹지 않지만 국민들의 들불같은 저항에는 태도가 어떠실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임기 초반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중생들이 촛불을 들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쳤을 때도 별스레 취급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고 스스로 국민과 단절한 뒤로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이럴 수 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저희도 잘 압니다. 그분이 추구하는 정치의 방향이 무엇인지, 청와대 비서실에서 현정국을 어떻게 핸들링 할까 골몰하실 그분의 뜻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생각대로 기획대로 공작대로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여전히 서강대 총장이었던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처럼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처럼 "아버지 대통령 각하"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겠지요. 앞으로 박근혜정부와 그 주변 인사들은 더 심각하게 유신찬양에 나서겠지요. '박비어천가'도 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격화, 우상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 유신미화작업에도 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런 정부의 노력에 대해 국민은 별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저 임기 내내 '벌거벗은 임금님' 취급을 받겠지요. 존경은커녕 무시와 멸시를 당하는 대통령. 사법정의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 관권부정선거를 무마한 뻔뻔한 대통령으로 남길 원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전날 시구에서 박 대통령에게 쏴붙인 젊은이들의 '레이저광선'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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