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주익 언덕의 풍경 속에 나부끼는 카탈루냐의 국기
김동주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몬주익 언덕에(Montjuic Hil) 올라서서 바라본 바르셀로나의 풍경은…, 과연 멋있었다. 한쪽에는 부둣가의 모습이, 한쪽에는 해변을 낀 도시와 산 아래까지 빼곡히 집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어쩐지 고향인 부산을 떠올리는 묘한 향수를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본 스페인의 풍경은 대체로 부산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가파른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도시는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게다가 비교적 단조로운 지하철 노선과 바다를 끼고 있어 습한 날씨까지. 여행을 떠난 이래로 사람이 아닌 그저 고향이 그리워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냐며 묻는 이드리스에게 나는 사실대로 나 역시 이런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곳에서 태어나 자랐노라 말했다. 그러자 문득 그녀가 한쪽에서 나부끼는 깃발을 가리키며 묻는다.
"너 저 깃발이 뭔지 알아?"그제서야 풍경에서 눈을 돌려 옆을 보니 스페인의 국기가 아닌, 빨강과 노랑이 반복되는 독특한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스페인에는 여러 개의 주가 있지만 실은 스페인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Catalunya) 인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마치 우리나라처럼 지역 색이 강한 스페인에서도 프랑스와 국경을 접한 카탈루냐는 유독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과 대립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드리스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와 국경을 접한 카탈루냐는 한때 프랑스에 속했다고 한다. 프랑스와 가까우니 불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이렇게 국기까지 따로 만들어가면서 카탈루냐 만세를 외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내 질문에 이드리스 역시 고개를 저었다(심지어 카탈루냐는 국가도 따로 있다).
바르셀로나에 남아있는 한국인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