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오후 여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라가 사과탄으로 알려진 최루탄을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의화 국회부의장 앞에서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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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파당적 이익을 앞세워 민주주의 원칙은 무시한 채 극한 대결만을 되풀이 해온 결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도를 넘어 이제 정치는 혐오와 경멸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였다. 21세기가 10년도 지난 이 시점에서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사당에서 전기톱이 나오고 최루탄까지 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행위를 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 되었든 국민의 눈에는 모두 지도자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번 국정원 선거개입사건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도 일부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다. 국민들이 그런 정치를 보면서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거 10년간 야당을 하던 시절에도 한국 정치의 모습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권력은 여야 두 거대 정당 사이를 오고 갔지만 정치는 파당적, 정파적 이익만 앞세워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불경기를 맞아 민생을 돌보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 이 시각에도 우리 정치권이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최근 미국의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국가부채한도 증액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이 계속되면서 미국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0%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아닌 제3당이 꼭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비슷한 시기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의 합동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국회의원 모두를 바꾸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가 의회민주주의 모델로 간주해온 나라중 하나인데, 미국 국민들의 눈에는 정치권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파당적 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같은 조사를 한다면 아마 더 심각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대안세력이 필요하다, 제3당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60% 이상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많이 식었다고 하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안철수 현상'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정치개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도 큰 틀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경제문제를 비롯한 긴급한 국내 현안도 한 둘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위기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이를 증폭시켜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남은 길은 하나뿐, 국민의 손으로 직접 바꾸는 것이다. 국민 각자가 민주시민으로서의 냉철한 책임의식, 참여의식을 갖고 주권자의 권능으로 선거를 통해 정치권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정치를 단계적으로 그러나 혁명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정치 개혁은 선거 때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현재와 같은 대의정치 체제에서는 결국 정치권이 대안를 제시하면 유권자인 국민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올바른 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밝은 눈을 갖고 지켜보면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제 이러한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만 해도 아직까지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버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