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배기사가 배달 물건을 옮기고 있는 모습. 택배기사 차들은 대부분 지입차들이다. (자료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관련기사: 최악의 영안실...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의 일상은 겉보기에 크게 달라진 바는 없었다. 아내는 예정대로 셋째를 낳았고,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으며, 그 대가로 따박따박 월급을 받았다. 아이가 셋이나 되니 이제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며 주위에서는 격려 아닌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나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그 사건의 잔상을 떨칠 수 없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회사와 유족들이 벌이는 정답 없는 다툼 때문이었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회사와 그래도 도리적으로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유족들 간의 분쟁이 법적으로 비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회사의 직원으로서, 또한 왜곡된 운송시장이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업계의 종사자로서 그 분쟁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그것은 결국 현재 우리 사회의 왜곡된 운송시장의 관행이 의인화된 싸움으로서, 승자가 누가 되든 그 구조는 바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나는 그 분쟁의 승패 여부를 떠나서 운송 시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다시는 작년 크리스마스와 같은 악몽을 겪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어떻게 해야만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직접 운전하는 기사가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도 있고 스스로가 자신의 노동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내게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온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안 그래도 작년 12월 협동조합법 발의 후 여기저기서 협동조합과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혹시 협동조합이라면 위와 같은 나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까? 어쨌든 거칠게 말해 모두가 주인이 되어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개념 아니던가.
이후 나는 협동조합에 관계된 자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여러 종사자들을 만나 운송시장에서 협동조합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대개가 관심을 보였지만,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빠듯한 사람들이 불확실한 조직을 세우기 위해 생업을 뒤편에 둔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뿐더러, 이미 존재하고 있는 조합은 정부의 기금을 타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만큼 신뢰하기도 힘든 까닭이었다.
과연 나의 협동조합의 꿈은 이렇게 공상만 하다가 끝나는 것일까?
모험에 나서다막연하게 꿈꾸는 협동조합의 꿈. 처음에는 내 경험을 근거로 운송시장이라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협동조합,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상위개념인 사회적경제는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록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알게만 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과 조금만 연대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도 같았다. 1등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