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 전 15권 중 4, 5권을 카이사르에게 헌정했다.
한길사
시오노 나나미는 십수 년에 걸쳐 2천 년 로마사를 15권의 대작으로 완성했다. 그녀는 그중에서 두 권을 그녀가 누누이 '로마사 최고의 천재'라고 말한 카이사르에게 헌정했다. 그녀에겐 카이사르만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위인이다. <로마인이야기> 4권은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역사 교과서의 한 내용을 소개한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 이곳저곳에서 카이사르의 어록 하나를 곧잘 소개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모든 게 보이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가 카이사르를 비난한다면 그것은 그에게서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카이사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면 그를 결코 싫어할 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시오노 나나미가 카이사르를 보는 관점이다. 장천을 나는 대붕의 뜻을 어찌 우리 같은 일개 필부가 알 수 있으랴, 이런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카이사르에 대한 반대 평가는 500년간 지속된 로마 공화정의 막을 내린 장본인이 바로 그 사람이니 카이사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죽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가 살해당한 것은 단순히 그가 독재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카이사르가 생각한 로마제국의 경영방식과 공화파들이 생각한 그것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이사르 사후 1500년 후 카이사르의 후예인 마키아벨리가 그 대열에서 그를 비난한다.
마키아벨리는 주저 <로마사논고>에서 공화정을 찬양하면서 이를 파괴한 카이사르에게 맹렬한 비난을 퍼붓는다. 공화국이나 왕국의 창설자는 명성을 누려야 하지만 참주정치(독재정치)의 시조는 응당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카이사르가 바로 이 독재정치의 시조라고 몰아붙인다. 마키아벨리는 많은 역사가들이 카이사르를 찬양하지만, 그것에 현혹되지 말 것을 부탁한다. 그에겐 카이사르를 칭송하는 자들이 그의 재력에 매수되었거나 로마제국이 오래 지속된 것에 압도되어 카이사르의 허상만을 보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영웅은 호색한인가?카이사르에 대한 수많은 인물평이 있는데 이런 주제부터 손을 대려니 선뜻 글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카이사르의 인간적 면모를 이해하는 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로 많은 사가들의 주요 관심사이었다. 카이사르는 과연 난봉꾼이었을까? 이 질문에 사가들 사이에서 별로 이론이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문명사의 대가인 윌 듀런트가 50년간 집필한 책이 전 11권으로 된 <The Story of Civilization>이라는 책이다. 요즘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문명이야기>(민음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고 있다. 권당 5~6백 쪽의 두툼한 책이 11권이나 출판될 테니 정말로 대단한 번역이다. 이 시리즈 중 3-1권(카이사르와 그리스도)에서 카이사르를 다루고 있는데, 듀런트는 그 시작을 '난봉꾼'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카이사르는 당대에 로마사회에서 "모든 아내들의 남편이며, 모든 남편들의 아내"라고 불렸다. 그의 육체의 향연은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았으며, 평시는 물론 전투 중에도 습관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 누미디아에서 에우노에 여왕, 그리고 갈리아에서 많은 부인들을 농락했기에 그의 병사들조차 농담조로 그를 대머리 오입쟁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