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당시 동양증권 사이트에 있는 CMA 가상체험 프로그램.
김시연
더 큰 문제는 CMA가 주식이나 채권 투자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저도 2006년 동양종금에서 CMA 통장을 개설한 뒤 '적립식 펀드'에 처음 투자하게 됐습니다. 당시 증시 활황기라 매달 10만 원씩 2년을 꼬박 부었더니 100만 원 가까운 수익이 나더군요. 그래서 매달 20만 원으로 올렸더니 이번엔 주가가 오락가락해 '본전' 수준에서 손을 끊었습니다.
투자는 도박과 비슷합니다. 처음엔 은행 적금이나 정기예금밖에 모르던 사람도 막상 투자 수익을 내면 조금씩 판돈을 올리다 결국 모두 잃거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죠. 물론 가끔 '대박'나는 사람도 있지만 손꼽을 정도고 말로까지 장담할 순 없습니다.
'CMA 탈출 러시'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오랜만에 동양증권 을지로 본점을 찾았습니다. 7년 전 CMA 통장을 만들었을 때 한적한 분위기와 딴판이더군요. 아침부터 투자자들이 객장에 진을 쳤고 번호표 대기자도 100명을 넘었습니다. 뉴스다 싶어 사진 취재를 시도했더니 홍보팀 직원까지 내려와 '방어막'을 쳤습니다. 처음엔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라더니, 나중엔 자칫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로 '오해'할 수 있다고 통사정을 하더군요.
그날 CMA에 있던 돈을 예금자보호가 되는 예탁금으로 돌려 놨습니다. 차마 그 분위기에 돈을 뺄 순 없더군요. 당장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어서 '모험'을 하긴 했지만, 그날 하루 동양증권에서 빠져나간 돈이 2조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수시로 입출금이 되는 CMA 투자자는 상황이 괜찮았습니다. 아직 만기가 남은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와중에도 객장 직원들은 곧 그룹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계열사 채권도 문제없을 거라며 사태 진정에만 나섰지만, 결국 문제없다던 5개 계열사는 1주일 뒤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불완전 판매'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못 건질 줄 알았다면 누가 투자했겠느냐는 거죠. 그렇다고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고작해야 시중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노렸다고 '투기'로 몰아붙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내놓는 장밋빛 전망 앞에 '투자 손실 경고'는 한 귀로 흘리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투자 상품은 손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 투자를 합니다.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계열 채권이나 우리은행 파이시티 펀드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이라고 해서 특정 회사 채권이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하나에 '몰빵'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이런 상품은 아무리 수익성이 높더라도 비전문가에게 안파는 게 정석인 것이죠.
언론 역시 '불완전 판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기관 직원의 백 마디 꼬드김보다 '유망 투자 기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언론 보도에 더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CMA 3개월 만에 이자 3만 원... 일반예금 10배' 같은 제 블로그 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시 제 글을 읽은 분 중에 동양 CMA에 가입했다가 현재 동양계열 채권에 돈이 묶였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 명이라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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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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