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리메 수도원의 모습들
김동주
나즈막한 기둥을 따라 깨알같이 새겨놓은 성인들의 그림과 벽화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던 일종의 시위였을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덧없는 시간들이었을까. 다른 건 몰라도 그들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동굴에서 빠져나와 바라보는 풍경이 이토록 눈부시니 말이다.
해가 뜨지 않는 지하도시셀리메 수도원을 지나쳐 우리가 찾아간 곳은 네브세히르(Nevsehir) 라는 외딴 마을이었다. 총 가구수가 100여 채가 채 안 될 정도로 작은 시골마을인 이곳이 딱 한 번 전 세계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적이 있었다.
1960년의 어느 날, 마을에서 닭 한 마리가 작은 구멍 속으로 빠졌는데 나오지 않자 주인은 땅을 파기 시작했고, 뜻밖에도 그 아래에서 사람이 충분히 들고도 남을 정도의 큰 지하동굴이 발견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되어 인근의 지하도시가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했고 유네스코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민간에 공개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