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사추이 침사추이 한인 숙소 지역.
신한범
숙소에 도착하자 집사람과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침침한 계단을 걸어 도착한 민박집은 도심 뒷골목 여인숙을 연상시켰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숙소와 좁은 방은 네 명이 지내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숙소를 예약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빠! 이게 뭐야!" 작은 아이의 표정이 바뀌면서 저를 바라봤습니다. 저 역시 생각지도 못한 문제여서 "여행이란 불편한 것을 참는 것"이라고 말해보지만 일그러진 가족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본 숙소와 방은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이번 여행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큰 아이가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습니다. 돈을 조금 아껴 보려는 계획이 '소탐대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집사람도 한 마디 하였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늘 그렇지!" 숙소 예약 한 번으로 가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비행기부터 숙소까지 여행의 시작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즐거운 여행을 만들려고 했는데 첫날부터 총체적인 부실입니다. '싸면서 좋은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홍콩에서 확인했습니다.
거대한 빌딩도 아름다울 수 있다 서둘러 숙소를 나왔습니다. 홍콩은 구룡 반도, 홍콩섬, 란타우섬 그리고 신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홍콩섬을 관광하기로 했습니다. 지하철(MTR)로 센트럴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홍콩섬의 명물인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와 해발 396m의 빅토리아 피크에 가기로 했습니다.
홍콩 여행이 처음이라 가이드북을 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길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인들에게 묻고 또 묻는 것입니다. 몇 번을 묻고 제자리를 반복한 후에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하였습니다. 총 길이가 80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는 관광이 아닌 현지인들의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오전에는 아래 방향으로 오후에는 윗방향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