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런던 타워브릿지 전경.
이주빈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10만인리포트'에 연재를 시작하는 이주빈 기자입니다. 연재 이름을 보고 미리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하지 않고 자판을 치는 이른바 '독수리타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고등학교 문예부 시절에 2벌식 타자기를 두 손가락으로 타닥타닥 치던 습관을 여태 고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속도는 나름 빨라서 어지간한 주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제가 '독수리타법'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이주빈의 독수리타법'에선 기사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느리지만 꼼꼼하게 전해드릴까 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여러분과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주빈의 독수리타법' 그 첫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를 '표류 전문 기자'라고 부릅니다. 취재현장에서 적지 않은 표류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새만금 방조제 건설을 반대하는 어민들의 해상시위를 후배들과 취재하러 갔다가 서해에서 표류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탄 배가 바다 한가운데 뻘등에 갇혀 고립되고 만 것입니다. 물이 들 때까지 6시간 동안 우리는 꼼짝없이 겨울추위와 배고픔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또 한 번은 소설 <관부연락선>을 쓴 작가 이병주의 문학세계를 논하는 선상(船上) 토론을 취재하러 갔다가 현해탄에서 표류했습니다. 선상 토론은 부산과 오사카를 왕복하는 여객선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그만 태풍을 만나 2만 톤이 넘는 그 큰 배가 현해탄과 일본 열도 사이를 표류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하늘에서 표류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동행 취재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탔을 때 일입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 직항을 타지 않고 광저우에서 경유하는 중국 국적기를 탔습니다.
근데 이 비행기가 네팔 카트만두 상공에 도착했는데 착륙을 하지 않는 겁니다. 카트만두 상공을 한참을 선회하던 비행기는 다시 광저우 공항으로 돌아가 착륙했습니다. 나중에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 우리는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기체 결함이 발생해 대형 사고를 우려한 네팔 당국이 착륙을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이런저런 소소한 표류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취재 현장이 지역에 많다보니 다른 기자들에 비해 표류할 확률이 그만큼 높은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표류 전문'이라고 놀리면 저는 "표류는 하지만 막장으로 가진 않는다"며 웃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