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민자들과 내국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영국. 그러나 영국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의 해결책으로 공격적인 이민자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이주빈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빼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인천공항에서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까지 비행시간 열두 시간. 두 종류의 신문을 읽고,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두 번의 기내식을 먹었다. 열두 시간이 마치 두세 시간처럼 느껴졌다.
입국심사원은 여성이었다. 얼굴엔 생글생글 웃음기가 떠나질 않았지만 질문은 갈수록 까칠해졌다. "혼자 온 건가, 잉글랜드에만 머물 예정인가, 런던에 숙소는 있나, 직업은 무엇인가, 신용카드 한도는 얼마인가, 현금은 얼마나 가져왔나..." 등등.
급기야 그는 다른 직원과 함께 내 짐을 마구 풀어헤치더니 구석구석 뒤졌다. 심지어 지갑 속 현금까지 세었다. 이쯤 되니 비행기 안에서 즐거웠던 12시간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상해갔다.
"보스랑 상의를 하고 오겠다"는 그를 입국 심사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다. '테러를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 기분이 매우 씁쓸해졌다. 무엇보다 '여기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초조해졌다.
내 여권을 들고 오는 그녀 걸음이 경쾌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원래 우리가 의심이 많거든. 네가 잉글랜드는 물론 아일랜드도 간다고 했는데 비행기 표도 예약이 안 되어 있고 해서 의심했어. 미안해, 우리도 네가 '수상한 사람(stranger)'이 아니라는 것 안다고."그가 말하는 '수상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뒷날 한인신문을 보고 알았다. 영국 한인신문인 온라인 <코리아위클리>는 '도움 안 되는 이민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뉴스로 실었다. 기사는 "이민 정착자가 영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은 6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영국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인 응답자의 60%는 이민자들이 영국에 이익보다는 불익을 가져온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보수당 부의장을 지낸 아쉬크로프트 경(Lord Ashcroft)이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