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부심벨 대신전
김동주
안타깝게도 대신전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지만 아부심벨의 진짜 놀라움은 대신전 내부에 있다. 대신전 좌우의 벽에는 람세스 2세가 적을 쳐부수고 상 하 이집트를 통일하기까지의 승리과정을 세세하게 조각해 놓은 벽화들로 가득한데 그 끝에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의식에 등장하는 4개의 신상, 라호라크티, 아몬레, 람세스, 프타하가 있다.
이 신상은 빛이 들지 않는 신전 내부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어 항상 어둠 속에 있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그 빛이 이 신상의 전신을 비추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희한하게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암흑의 신 프타하만은 이때도 빛이 닿지 않아 여전히 어둠속에 있다. 이것이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일출시간에 아부심벨에 도착하는 이유다. 비록 관광객들이 많아 제대로 확인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믿기 힘든 이 이야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도 좀처럼 실감이 오지 않을 만큼 신비로웠다.
수천 년 전의 이집트인 들은 이 거대한 건물을 조각하면서도 태양의 방향과 각도, 시간 등을 계산해서 암흑의 신에게는 태양광이 닿지 않도록 치밀하게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놀라운 발상과 기술에 놀라는 한편 이렇게 엄청난 기술을 가졌던 이집트인들의 후손들의 태반은 저속한 사기꾼의 오명을 쓰고 살아가고 있으니 '죽은자가 산자를 먹여 살리는 나라' 라는 말에는 그저 웃고 넘기기에는 뼈가 있다.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상·하 이집트를 통일했던 위대한 람세스 2세는 자기 아내에 대한 사랑도 깊었던 모양이다. 대신전의 옆에 위치한 아부심벨 소신 전에는 규모는 1/4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람세스 2세 본인과 그의 왕비를 번갈아 조각해 놓은 6개의 석상이 만들어져있다. 대신전에 받은 충격과 놀라움 때문인지 대충 보게 되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소신전 내부의 각 기둥에는 왕과 왕비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그토록 오래전 세상을 다 가졌던 위대한 왕이 부부의 이야기를 조각으로 남겼다는 것도 참 재미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아부심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이 떠올랐다. 그 역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만리장성, 아방궁 등을 남겼지만 희대의 폭군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람세스 2세는? 람세스 2세는 이집트인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는 위대한 왕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금은보화와 미녀들을 즐기기 위해 아방궁을 지은 진시황과 달리 왕과 왕비의 이야기를 조각하고 이를 신전으로 남겨 백성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했던 람세스 2세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