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쨋든 루사카의 국제공항
김동주
왠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던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의 국제공항은 역시나 한겨울의 야구장처럼 텅 비어 있었고 손님은 물론이고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조차도 눈에 띄지 않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 왔다. 아프리카 내의 국제선만 운영한다는 'Precision air'라는 저가항공은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이유도 안내 방송도 없이 이 맑은 날 두 시간이 지나서야 출구를 오픈했다.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에 섞여 체크인을 하고 탑승 게이트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항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sorry(쏘리, 미안해요)'를 외치며 쏜살같이 옆을 지나쳐 달려갔다. 또 무슨 일인가 하고 게이트에 도착한 나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체크인 카운터에서 티켓 검사를 하던 바로 그 직원이 전력질주로 뛰어서 이번에는 탑승 게이트에 나타난 것.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드디어 비행기를 탔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약 두 시간 정도 짧은 비행을 마치고 탄자니아 다르살람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고 있을 때였다. 천천히 고도를 낮추던 비행기가 갑자기 급추진을 하며 맹렬히 솟아 올랐고 여기저기서 비명과 함께 요란한 비상등이 울어댔다. 크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는 이번에도 착륙에 실패해 곡예에 가까운 비행으로 날아 올랐다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을 때쯤 겨우 착륙에 성공했다. 그것도 공항청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마치 월드컵과도 같은 함성과 기립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공항을 빠져 나왔다. 혹시 낮에 루사카 공항에 비행기가 드물었던 이유가… 비행기들이 모두 착륙에 실패해서 그런건 아니겠지?
해가 완전히 져서야 도착한 다르살람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에 도착해 미리 알아두었던 허름한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도저히 이대로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숭이 소매치기에 이어 비행기 착륙사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