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남소연
그런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공세의 고삐를 쥐고 달려듭니다. 왜 그럴까요?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라는 말 자체도 불쾌하겠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뜻이 어쩌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더욱 자극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이 청와대의 감정선을 자극한 이유로 제일 먼저 '정통성 시비'를 걸었다고 분석합니다. 이 수석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불복과 부정, 국민의 선택 부정 등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은 줄곧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사전유출 의혹을 쟁점화했습니다. 이같은 민주당의 공격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에 상처를 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이것을 방치할 경우 자칫 더 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날 이 수석의 회견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돕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과 NLL의혹을 넘어 이른바 '귀태'까지 민주당의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을 참모들에게 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 대응이 이날 오전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지요.
무엇보다 이번 귀태발언파문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의중은 야권의 '대선불복'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더는 참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박근혜정치'의 선명성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봐야 할까요?
검찰은 지난 10일 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했습니다.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가정보기관 정보원들이 무더기로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동원돼 댓글을 다는 등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불구속 수사했던 검찰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불구속 수사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원 전 원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한 것이지요.
논란의 중심이 된 원 전 원장을 구속함으로써 약간의 소강국면이나 진정국면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아니었을까요?
동시에 감사원은 11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인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지요.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내내 관련된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이제 와서 감사결과를 밝히다니 역시 비겁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박근혜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베일을 벗겨낸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왜 그럴까요?
차별화지요.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에서 벌어진 잘못된 일들과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고 '전략적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이명박정부는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며 건설업자와 결탁해 납품비리 저지르는 아주 부도덕한 집단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연일 이명박 정부의 추잡한 부도덕성을 꺼내고 들춰내고 있지만, 반대로 박근혜 정부의 탄생의 비밀과 연관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과 관련해서는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는 상황입니다. 정치 개입이 금지된 국정원이 한국 정치의 전면에 나섰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중하라'는 메시지도 없습니다.
국정원이 아주 이례적으로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해 NLL논쟁에 가담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심지어 보수언론까지도 "국정원 제정신이냐" "기밀보안업무를 다루는 국정원이 연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음지에서 일하는 정부부처가 맞느냐"고 질타하고 있습니다.<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헐거워진 국정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라"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말이 없습니다.
국방부도 NLL 논쟁에 가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갖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가 하룻만에 말을 바꿔 "2007년 정상회담 후속으로 열린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의 주요 전략은 NLL을 기준으로 같은 면적, 즉 등면적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자는 것이었다"며 "이는 NLL을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서 논의하자는 취지였는데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안의 자중지란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정원 '제정신이냐' 비판 이어져도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