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홍지만 원내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소연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아는 대로 다 구두보고를 드렸다. 김 본부장은 부산 유세 전에 그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을 유세에 써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고 확인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지난 달 28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정문헌 의원의 발언입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했고, 대통령의 비서 신분으로 2009년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독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내용을 재인용하면 이렇습니다.
"10·4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록을 가져와 보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고 들었다. 이때 NLL발언 등이 담긴 발췌록 보고서가 올라갔다. 작성 시점은 대화록이 2급 비밀 공공기록물로 낮춰진 시점을 고려하면 2009년인 것 같다. 내용을 보고 노한 이 대통령이 원본을 요청했고 보고에 앞서 비서관 신분으로 일독했다. 이후 2010년에도 이 대통령이 발췌록 보고서를 재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용보고를 들어 숙지했다."이 인터뷰의 행간을 읽다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선,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1급 기밀에 해당합니다. 1급 기밀의 취급권자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수석들에게 취급권한을 인가해주면 1급 기밀을 2급 기밀로 낮춰 분류한 뒤 열람은 가능하지만, 열람을 했더라도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기밀누설에 해당됩니다.
정문헌 의원의 회의록 일독, 대통령 허락 없이 가능했을까정문헌 의원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보고에 앞서 비서관 신분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독했다면 그것은 당연히 이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무단으로 봤다면 그것은 불법이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정 의원은 무턱대도 그런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검찰이 이 내용을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해명을 좀 해주시면 국민들이 속이 시원할 텐데 말이지요.
둘째,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열람하고 민감한 대선 시기에 특정정당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유출했다면 그 자체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문헌 의원이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서 기밀문서를 일독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민감한 대통령선거 시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보고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있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무단파기·반출 등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같은 법 제19조(대통령지정기록물의 누설 등의 금지)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업무를 담당하거나 담당하였던 자 또는 대통령기록물에 접근·열람하였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 및 보호기간 중인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무단유출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누설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지지요.
정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 신분으로 취득한 기밀을 지난해 10월 김무성 총괄본부장에게 보고했다면 그것은 기밀 누설에 해당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선대위 체계 안에서는 보고하고 보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성립된다 해도 법률적으로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인 것이지요.
선거에 영향을 줬을 사안... 검찰은 왜 수사하다 말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