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선 화순역은 1930년 12월 25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김종길
전라남도 화순하면 으레 고인돌이나 운주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왠지 벽지 산촌일 것 같은 화순에 대한 짐작은 이 땅에 들어서는 순간 반신반의하게 된다.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이 궁벽한 곳으로 이어지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유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겉핥기로는 세상의 어떤 곳도 제대로 알 수 없음을 화순 땅에서 실감하게 된다.
처음 예상보다 여행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능주에서 하룻밤을 자려는 계획은 수정해야 했고, 광주행 마지막 기차에 올랐다. 능주를 떠난 기차는 10분 만인 오후 7시 17분에 화순역에 도착했다.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하늘에 붉은 노을이 구름 속을 물들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막차여서 그런지 승객들은 다소 늘어진 자세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지만, 역사에서 나온 역무원은 마감을 위해 부산을 떨었다.
내일 다시 이곳에서 남쪽으로 가는 기차를 탈 것이지만, 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역사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았다. 해가 소나무에 가릴 즈음, 등으로 무언가가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역무원이었다. 중년인 그는 손사래를 치며 사진을 계속 찍으라고 했지만, 어차피 어둠도 내리기 시작해서 읍내로 가서 빨리 숙소를 잡아야 했기에 역사를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