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서물놀이를 하러 오다
강은경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와서 사니, 길에서 길을 묻는 여행자들을 이따금 만난다. 내 집을 여행지 삼아 찾아오는 지인들을 종종 맞이한다. 임자 다른 다양한 모양의 신발들이 종종 토방에 놓인다. 여행 중에 내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도움들을 갚듯, 내 집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나는 기꺼이 잠자리와 양식을 내준다.
며칠 전에는 여행자들 아홉 명이 몰려왔었다. 그들은 특별히 '여행병'에 걸린 여행꾼들이었다. 틈만 나면 국내로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배낭여행자들이었다. 제약회사원, IT 자영업자, 프리랜서 성우, 무역회사원, 바이올리니스트, 줄기세포 연구원, 구청 공무원…. 생김새처럼 직업도 개성도 다양한 사람들이 뭉쳐서 왔다(우리는 이지상 작가의 여행기 쓰기 수강생들로 만났다).
나는 우선, 내 집 곳곳을 순례시키며 집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이사 왔을 땐 마당도 집도 형편없었어요. 나무 하나, 꽃 한 포기, 잔디 한 장 이 집 저 집에서 얻어다가 심고 씨 뿌리고…. 그 꽃은 한련화, 그 꽃요? 우담동자. 예쁘죠? '농가주택수리비' 지원금 받아 화장실도 만들고… 정자도. 원래 헛간이었어요. 지붕 교체하고 마루 깐 거죠. 그 석축, 돌 하나하나 내가 다 쌓았어요. 뭐 엉터리지만. 벽에 황토칠, 회칠도 하고, 무너진 아궁이도 고치고. 거기, 처마 밑 구멍 속에 새가 들어가 새끼를 깠나 봐요. 오늘 재수 좋은 사람은 이마빡에 새똥 맞을 수 있어요."50여 년 된, 작은 농가 한 채 구경시키는 데 한참 걸렸다. 집이 예쁘다, 칭찬이라도 나오면 한 옥타브 더 올라간 내 목소리가 신바람을 탔다. 그럴 땐 안 먹어도 배부르고, 없어도 백만장자가 된 것 같다. 사실 50여만 원 이하의 생활비로 수십 년을 근근이(?) 살아왔지만, 나는 한 번도 가난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