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망치돌을 깨는 망치가 무겁다
강은경
아무튼 오늘 할 일에 집중하자.
1. 석축의 돌과 돌 사이의 빈틈을 잘 살펴 석축 아래 흩어져 있는 돌덩어리들 중에서 알맞은 모양의 돌을 고른다.
2. 돌 모양이 여의치 않을 때는 망치로 돌의 모서리를 깨 틈에 꼭 박히게 모양을 만든다.
3. 최대한 표면이 고르게 나오도록 끼운다.
4. 돌들이 단단히 맞물려 박히도록 끼운 돌을 망치로 친다.
오늘 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갔다. 햇볕이 쨍쨍 했다. 얼굴이 홍단풍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눈앞이 어찔어찔했다. 땡볕 속에서 무거운 돌을 들어 옮기고, 깨고, 치고… 숨이 찼다. 온몸의 근육이 놀란 듯 여기저기서 아퍼~ 비명을 질렀다. 내색하지 않고 일에 열중했다.
"아주머니, 정말 일 잘 하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요…." 아저씨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나는 칭찬을 들으면 갑자기 내가 뭐나 된 것처럼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을 하는 유치한 사람이다. 그러니 헉헉거리며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더 내달렸다. 있는 근력 없는 근력 다 쏟으며.
고된 노동이 내 속을 정화시키나. 수십 년 동안 도시에서 두뇌 노동으로 스스로를 볶아대며 같잖게 욕망하고 절망하던 상처들이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노동이 벅찰수록 내 안에서는 어떤 희열이 분명 피어오른다.
몸! 원초적인 몸짓. 순수하고 아름답다. 몸을 움직일 때 나의 실존이 더더욱 실감난다. 나는 힘껏 돌을 내리치며, 땀을 흘리며, 얼음물을 마시며… 내 몸을 사랑한다. 건강한 몸이 축복이고 감사다.
건강한 몸이 축복이고 감사... 더없이 안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