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우리집 마당에서 나루의 휴식시간
강은경
혼자 살던 윗집 남자 현이 키웠다. 현이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주어온 게 2년 몇 개월 전이란다. 이름을 지어주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진드기를 잡아주고 놀아주고 고양이 사료와 생선, 참치 통조림 같은 걸 먹이고 교감을 나누며…. 나루를 가리키며 "얘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아요" 현이 몇 번이나 하는 말을 들었다.
나루는 주로 안전영역인 윗집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 내키면 우리 집으로 내려와 꽃향기를 음미하듯 소리 없이 꽃밭을 거닐었다. 가끔 길고양이들과 어울려 마을의 후미진 구역을 배회했다.
한 번은 나루가 두 달여 가까이 보이지 않았었다. 현이 허전한 낯빛으로 빈 마당가를 내내 서성였다. 결국 현이 마을 아래 찻길에서 차에 치여 죽은 나루를 발견했다. 현은 애석한 표정으로 나루의 사체를 수습해 화단 한쪽에 묻어주었다.
기적인가. 사흘 후, 나루가 나타났다. 야위고 거칠어진 몰골로. 정작 애도 속에 묻힌 고양이는 나루와 닮은 다른 고양이였다. "나루가 부활했나?"라며 현은 반가움과 안도감이 섞인 표정으로 멋쩍게 웃었다. "너, 긴 여행을 하고 돌아왔구나! 세상 구경을 한 거지? 어땠어? " 나도 호들갑스럽게 나루를 반겼다. 그 후로 나는 또 전처럼 나루를 일상 본체만체 했다.
나는 인간의 손을 타며 사는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영 씁쓸하다. 무슨 이유일까.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나의 이기성과 이중적인 애정과 변덕을 매일 날 것으로 드러낼 것 같다. 기분이 좋은 날은 상대를 물고 빨고 먹이고 씻기고 안고 뒹굴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반려의 성실함과 의리에 감동하고, 외로움도 덜 것이다. 그러나 기분이 언짢거나 상대가 말썽을 부리거나 어쨌든 성가실 때는, 상대를 윽박지르고 때리고 집어던지고 걷어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