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수석이 다시 '박근혜의 입'으로 컴백한 뒤 청와대 홍보라인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는 평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삼청동 인수위에서 인수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힘을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쏟아 붓고 박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박근혜맨'으로서 자신의 정치 인생도 마감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입장 번복이 워낙 많은 게 정치인들의 습성이라 실제로 잘 믿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에도 친이(명박)계에서 제의한 선대위 고위직 등을 모두 거부하고 박 대통령 곁을 지킨 의리파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다른 충성심 때문이었을까요. 박 대통령은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 수석을 무너진 청와대 홍보라인을 재건할 구원투수로 기용했습니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일 때부터 사실상 홍보수석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죠. 그만큼 청와대 참모들 중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박근혜의 입'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되고나서 이 수석은 "처음에는 예전보다 기자들 전화가 뜸해 금단 현상에 시달리기도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당 대선 경선 패배 후 정치적 칩거를 할 때 '대변인격'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달고 전 언론을 혼자 상대했던 시절처럼 휴대전화 배터리 12개를 다시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보도에서 보셨겠지만 이 수석이 다시 '박근혜의 입'으로 컴백한 후 청와대 홍보라인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청와대 춘추관에 '이정현 사랑방'이 새로 만들어진 것이죠. 대선 때도 이 수석은 당시 공보단장에 임명된 후 당사에서 열리는 '사랑방'을 정례화해 기자들과 소통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는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새벽에 불쑥 춘추관 지하에 마련된 사우나에 찾아와 기자들과 '알몸 사우나 토크'를 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박 의원은 새벽에 만난 기자들에게 '남들보다 일찍 나왔으니 선물을 주겠다'며 단독 기사거리를 챙겨주기도 했답니다. 그 덕에 일찍 출근한 게 아니라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과도한 음주로 귀가를 포기하고 사우나를 하고 있던 기자들까지 횡재(?)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정현 사랑방 정례화... 새벽별 보고 출근해야 할 기자들의 업보어쨌든, 이 수석의 첫 춘추관 사랑방은 오늘(5일) 열렸습니다. 이 수석은 예정보다 5분 이른 아침 6시 55분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수석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면서 기자실로 들어오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와~'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불통으로 악명 높았던 청와대에 뭔가 변화가 생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있는 탄성이었을 겁니다.
이 수석은 "긴장이 돼 잠이 안와서 일찍 나왔다"며 30분 정도 기자들과 국정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국의 대변인실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 하겠다는 뜻도 밝혔는데요 .
이 수석은 "청와대 홍보·대통령 홍보를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대변인실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관련 책 다섯 권을 구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에서 발견한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기자들은 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기자들은 훨씬 더 강하게 괴롭히더라. 백악관 대변인과의 갈등이 우리의 100배나 되더라.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많이 참으려고 한다." 사실 평상시 오전 7시께에는 석간지와 방송 기자들만 일부 기자실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춘추관 사랑방이 정례화 되면 이제 기자들은 꼼짝없이 새벽별을 보고 출근을 하게 생겼습니다. 기자실에서는 "불통이라고 너무 비판한 업보 아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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