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낭과 마르샹디강캉사르 마을 뒤편에서
신한범
언덕 위에 도착하자 캉사르 마을뿐만 아니라 안나푸르나Ⅲ와 틸리초 피크 아래 거대한 계곡이 펼쳐져 있습니다. 계곡에는 마을과 강이 조화를 이루며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설산과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입니다. 이 길을 며칠 걸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해발 4000m를 넘었습니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대지는 황량함. 그 자체입니다. 수목한계선 아래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 모습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자신을 낮추고 있습니다. 척박하고 황량한 고산 지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겸손함인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낮아질 때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의 삶이 가능하겠지요.
계곡 건너에는 마낭에서 출발하여 야크카르카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이었는데 저는 지금 능선 위에 서 있습니다. 세상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 세상을 계획대로 살 수 있다면 무미건조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곳 같습니다.
휴식과 여유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