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이상호
- 손 사장의 종편행으로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어요. 마냥 종편을 거부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종편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손석희 선배 가시면서 어록을 남기셨죠. '종편이 현실이 되었으니 배척하는 것보다는 수준을 높이는 게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얘기 기억하시죠? 손 선배의 종편행이 보도되고 분명히 뭔가 말씀을 하실 텐데, 저는 좀 멋진 핑계를 기대했습니다. 청산유수에 생방송 잘하는 분이시잖아요. 그런데 실망했습니다. 현실론이잖아요. 거의 초등학교 6학년생 수준이에요. 일제시대 이완용이 원래 독립협회 위원장으로 독립문 건립을 주도한 양반이잖아요. 하지만 일제를 '현실'로 인정한 순간,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가 된 거죠.
아닌 건 아니라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상해로 넘어가 칼 맞고 총 맞아가며 투쟁했고, 결국 그분들 덕에 나라를 되찾은 거 아닙니까. 명백한 '명분'이 있을 때는 현실론 얘기하면,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하는 뉴라이트처럼 되는 겁니다. 저널리즘의 세계는 고리타분 해보일지 몰라도 명분의 세계입니다. 현실이 거래되는 시장통이 아닙니다. '리얼 폴리티크'를 얘기하는 정치판이 아니잖아요.
언론의 세계에서는 다만 '옳은 건 옳은 것'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옳은 건 없습니다. 팩트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부패하지 않습니다. 압제와 회유에도 굽어지지 않아요. 비유가 심했다면 개인적으로 손석희 선배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또한 손선배가 감당하기로 작정한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분, 아마도 제가 비판할 거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 듣자하니 손석희 사장과 MBC 노조 노래패도 함께 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고 들었는데요."네, 맞습니다. 손 선배와는 노조 노래패 활동을 함께 했고요. 방송하며 20년 동안 마주치기도 수백 번은 했을 테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지요. 개인적 친분과 공적 발언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후배로서, 손 선배에게 배운 겁니다. 그분이 그래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아예 맺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드라이'한 방송을 하는 데 방해가 되니까요. '형님 동생' 하는 끈적한 관계를 싫어하는 스타일이죠. 저의 비판에 대해서 '너 그럴 줄 알았다'며 달게 받아주실 줄 믿습니다.
노파심에 강조하자면, 제 주장의 포인트는 이겁니다. 공영방송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서, 공영방송 체제의 정당성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거죠.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됩니다. 손을 놔버리면 한방에 훅 가버려요. 그런 점에서 손석희 선배가 제기한 현실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현실론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분명 현실은 현실 아닙니까? 조중동 종편을 없앨 수는 없는거 아닐까 싶은데, 어떤 식으로든 누가 들어가서 바로잡겠다면 지켜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분명 있어요."혹시 사회과학의 목적이 뭔지 아세요? 사회를 분석하고 그걸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미래 예측은 점쟁이도 아니고 참 힘들지요. 제 은사님께서는 이러셨어요. '가장 정확한 예측은 내가 옳다고 믿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현실이 비관적이라고 그 밑으로 숨어들어가기보다는, 가능한 대안을 찾아 몸을 던져 힘을 실어주는 것. 그게 사초를 기록하는 언론인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로 국민적 박수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로 간 KBS 김용진, MBC 최승호 선배는 뭐가 됩니까. <국민TV> 만들겠다고 새벽부터 라디오 방송하고 있는 언론인들은 어떻게 하구요. 만약에 손석희 선배가 <뉴스타파>나 <국민TV>에 합류했다면, 아주 훌륭한 '현실'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희 < GO발뉴스>로 오셨어도 근사한 선택이라고 박수도 받으시고, 당장 후원자도 수천 명은 더 가세해주셨을텐데 말이죠. 당장 어제 <뉴스타파> 기자회견장에서 JTBC 기자들 쫓겨나는데, 손석희 선배의 낙담한 모습이 아른거려서 가슴 아팠거든요. 왜 그런 판단을 하셨는지, 다만 안타까울 따름이랍니다."
"MBC 해고자들, 공영성의 바로미터... 복직 없는 정상화 운운은 사기"
- 이제 화제를 돌려볼까요? MBC 얘기 좀 해보죠. 이달 초 MBC 사장으로 김재철 라인인 김종국 전 대전MBC 사장이 되었어요. 사실상 '김재철 시즌2'가 시작된 셈인데, 권재홍도 유임이 되었어요. 해고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MBC 문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요번 인사에서 할리우드 액션이 드러난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유임된 건 물론이고 MBC 기자회가 '뉴스 공정성 훼손의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퇴출을 요구했던 김장겸 정치부장을 아예 보도국장으로 올려버렸어요. 지금 MBC 분위기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말이죠, 외부의 기대예요. 일단 김재철 사장 때와 내부 여건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일단 사장이 교체가 되었으니 주변의 기대감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뉴스는 달라진 게 없으니 실망이 더 커진 거죠. 공정방송 추진세력 안팎으로 고립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비판적 목소리가 고사되고 말 거예요. <뉴스타파> <국민TV> 그리고 저희 < GO발뉴스>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감사하지만, 공영방송 되찾기 싸움도 지속적으로 힘있게 벌여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신임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남겨준 과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시용기자를 비롯해 해고자 문제까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해고자 문제는 MBC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죠. 제가 해고된 입장이라 말씀드리기가 좀 불편한데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을 얘기를 해보죠. 해고되신 분들, MBC 공영성의 대표적 언론인들이거든요. <뉴스타파> 앵커 하시는 최승호 PD, MBC 기자회장 맡아서 고생하던 박성호 기자 등 모두 MBC 공영성의 바로미터 그 자체인 분들이예요. 그런 분들 밖으로 내쫓아놓고 정상화 운운하는 게 사기죠.
그리고 (지난해 파업 사태 당시 채용된) 시용기자 문제. 이게 사람이 엮인 문제라 좀 복잡하네요. 일단 회사 내부에서 투쟁하는 동료들의 입장은, 기왕에 들어온 사람들인데 시용이든 전문기자든 무조건 배척하지는 말자는 쪽인 것 같아요. 선별을 통한 기회를 주자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동료 언론인들이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하고 있는 사이, 그때를 틈타 몰래 새치기해 들어온 양심으로는, 아무리 기술적 경쟁력이 있더라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기술직이 아니잖아요."
- 지난달 개봉한 영화 <노리개>의 '이장호 기자' 모델이 이 기자로 알려졌어요.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를 보니 어땠나요?"영화가 영화가 아닌 거죠, 제게는. <노리개> 만든 최승호 감독을 만나보니 그러시더라고요. 저를 그린 거라고요. 제 책, 제 보도를 모니터하셨대요. 아주 의외의 경험이었어요. 여러 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영화에 보면 가정에 부실한 이장호 기자가 아내에게 전화로 욕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저도 뜨끔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이장호 기자 사무실이 털려서 고통받는 상황에서, 아내가 위로 전화를 해주는데. 그만 눈물이 뚝. 조조로 봤는데, 대낮에 눈이 벌개져서 나오는데 쪽팔리더라고요."
"24시간 뉴스전문 인터넷 채널 만들겠다... 함께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