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메마른 대지에서 풀을 뜯는 모습
신한범
나왈(3657m)에 도착하였습니다. 점심을 위해 들어간 로지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자 부랴부랴 난로에 불을 지피고 요리 준비를 시작합니다. 주인보다 더 바쁜 사람은 착한 가이드 '도르지'입니다. 나무를 나르고 감자를 깎고 물을 길어 오는 것은 주인아주머니가 아닌 가이드입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날씨가 맑아집니다. 서둘러서 짐을 챙겨 출발하였습니다. 뭉지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길입니다. 뭉지는 피상에서 아랫길 출발한 길과 만나는 곳입니다. 트레일 주위에는 관목들이 고개를 숙이고 덤불을 이루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어야 합니다.
브라가(Braga·3360m)를 지나자 점점 좁아지던 협곡이 넓은 평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을을 지나자 티베트 불교의 성자인 밀라레파가 수행한 동굴(Milarepa cave)은 강 건너편에,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프라켄 곰파(Praken Gompa)는 우측 산 능선에 걸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