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초성 검색
"자, 보세요. 기자님 이름이 '김종철'이죠. (전화번호 검색 버튼을 누른 다음) 여기에서요, 'ㄱ'을 누르면 'ㄱ'으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쭉 화면에 나오죠? 이게 첫번째구요. 다음에 'ㄱ, ㅈ, ㅊ'을 계속해서 누르면 '김종철'이 뜨잖아요? 이것이 두번째 특허예요."
이를 전문용어로 쓰면 '전화단말장치에서 다이얼키를 이용한 다이얼 정보검색방법'과 '전화단말장치에서 다이얼정보 그룹별 검색방법' 등이다. 안 연구원은 지난 1993년 5월에 이들 두가지 발명특허를 출원했고 96년 10월에 정식 등록됐다.
- 그걸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거예요."(웃으면서) 제가 90년에 회사에 들어왔는데, 맡은 곳이 정보통신 팩시밀리사업부였어요. 팩스를 보내려면 이름이나 회사를 매번 찾아서 적어두거나 해야 했지요. 번거로웠던 거죠."
- 그땐 팩스 안에 이름을 저장하는 기능이 없었나요."있었는데, 용량이 매우 적었죠. 저장은 됐지만 문제는 검색기능이 없었죠. 그래서 '이걸 좀 쉽게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거고, 숫자 버튼에 한글 초성을 넣고, 이를 누르기만 하면 관련 이름들이 보여주는 방법을 고안했던 거죠."
인사 불만 탓에 회사와 소송? "선배의 허망한 명예퇴직을 보고..."그가 낸 발명특허는 이후 휴대폰에 고스란히 적용됐다. 삼성이 내놓은 '애니콜' 뿐 아니라 요즘 인기좋은 스마트폰 '갤럭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회사 제품에서도 그의 검색 특허가 들어갔다. 물론 그 역시 회사 연구원으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이렇다 할 보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 그런데 어떻게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 보상을 생각하게 됐나요."(잠시 생각하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죠."
-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이…"2009년인가, 그랬을 거예요. 회사 내부에서 조직개편이 있었어요. 우리 소프트웨어 사업부에 300여 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부문별로 파트가 나뉘어져 있는데요. 제가 한 그룹의 파트장을 맡고 있었죠. 그런데 (조직이) 개편되면서 제가 맡았던 부문이 사라진 거예요."
그는 조심스러워했다. 마치 인사불만 탓에 회사와 소송을 벌이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불만이 이번 소송의 계기가 됐나'고 물었다. 안 연구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100% 아니라고 말은 못 하지만, 조직개편은 늘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았는데, 왜 직무발명 보상을 생각하게 됐죠."그때(조직개편 당시) 저와 함께 일하고 있던 선배가 명예퇴직을 했어요. 그 선배 나이가 49살이었어죠. 나름 유능한 연구원이었는데, 정말 허망하게…. 그때 옆에서 참 고민이 많았어요."
- 내게도 언제든지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미래를 대비하자는 생각?"선배의 명예퇴직을 옆에서 보면서 누구든지 그런 생각이 들 거예요. 그리고 우연히 직무발명특허에 대한 보상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래서 혼자 인터넷 등을 찾아보고, 자료를 검색해보고, 알게됐죠.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 회사쪽에선 직무발명에 대한 내부 보상을 해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년에도 50억 원인가를 줬다는 보도도 있었고."(웃으면서) 글쎄요. 저도 인터넷에서 뒤늦게 보고 알았어요. 정말 우리 연구원들 누가 받았는지…. 연구원들은 아직도 이런 제도나 보상이 있는지 잘 몰라요. 더군다나 회사가 그렇게 내부 보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150조 매출 기여한 발명특허 보상에 인색한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