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은 '젤라또'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도 이탈리아의 부가가치 높은 관광상품이다. 로마의 유명한 젤라또 가게는 그 맛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1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
서지은 제공
나폴리는 미항(美港)이 아니다 절대... 그러나 아름답다나폴리에 도착한 것은 이미 해가 저문 늦은 저녁. 그런데, 이건 뭔가? 사진으로 보고, 말로 듣던 나폴리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손꼽히는 곳. 깨끗한 바다와 푸른 산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고도 칭하는 걸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천만에. 직접 만난 나폴리의 첫인상은 조금 과장하자면 '쓰레기 더미'에 가까웠다. 기차가 나폴리역에 들어설 무렵부터 철로 위에 온갖 잡동사니 오물들이 가득하더니, 역 광장에도 곳곳이 쓰레기 천지다. 늦여름이었으니 그 냄새는 또 어땠겠나.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게다가 구걸로 연명하는 동냥아치도 패션모델처럼 잘 생겼다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역 인근엔 각종 기념품과 싸구려 의류를 파는 흑인들이 절대다수였다.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는 경제 발전 정도의 차이가 전혀 다른 별개의 나라로 느껴질 정도라더니 그 전언이 과장이 아닌 모양이었다.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비교지만, 이탈리아 남부도시 나폴리는 캄보디아나 라오스의 도시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살풍경했다. 물론, 여행자가 그 도시의 깊숙한 속내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탈리아에 도착하기 전까진 동유럽만을 4개월 가까이 여행했던 탓으로 한국 식당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 당연지사 한국 음식을 먹은 지 오래. 나폴리에선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된장찌개 맛을 보고 싶었다. 해서, 인터넷을 뒤져 나폴리역 인근 숙소의 주소를 메모했다.
유럽은 도로와 건물이 어떤 일정한 방식에 의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어, 길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건 잘 그려진 지도가 있고, 길눈이 밝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때 가능한 일. 나는 20년지기 친구 집도 갈 때마다 헷갈려 하는 사람이다. 메모한 주소만 가지고 숙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바리역에서 기차표 발매기 앞을 서성이던 것처럼 다시 나폴리역 광장을 서성였다.
그때다. 이번에도 흑인 하나가 다가와 묻는다. "도와줄까요?" 바리에서 만난 조그만 흑인과 달리 이 사람은 183cm인 내 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덩치다. 그러나, 새까만 얼굴을 환히 부수며 미소 짓는 웃음이 선량했다. 입술 사이로 빛나는 새하얀 이가 너무나 가지런했고. 주소를 적은 종이를 내밀자, "따라오세요"라며 앞장선다. 커다란 짐 보따리를 등에 멘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