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1일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가 노원역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남소연
안 후보가 "이상한 놈"인지 "좋은 놈"인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민주당 대선평가위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2013>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안철수 현상'을 떠나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능력에 대해 선생님은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문재인 투표자의 50.8%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지만 신뢰감의 수준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엑스파일' 폭로로 노회찬 전 의원이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했고, 노회찬 전 의원과 진보정의당에 대해 공감과 연민이 강한 것이 대중적 정서인데도,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문재인 투표자의 52.7%가 출마에 찬성을 표했다. 좀 미묘한 질문인데,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나온 것은 어떤 변화에 대한 욕망이 안 후보 주변에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누군가 답답한 현재의 판을 좀 흔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보면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상승한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안철수 현상)는 대선이 끝난 현재에도 매우 높다"라는 판단에 문재인 투표자 가운데 동의하는 이들은 59.3%에 이른다. 더 나아가 "'안철수 신당'이 실제로 만들어지면 그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다"라는 판단에도 같은 집단의 50.5%가 찬성한다. "막강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 후보는 적어도 야권 지지자 집단 안에선 "좋은 놈"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대한 관찰자 관점에서의 높은 수치는 참여자 관점에서는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든다면 국민에게 야권분열로 비춰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이 야권지지자 가운데 32.7%인 데 반해 괜찮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37.9%로 여느 설문과 달리 팽팽하다. 안후보가 취할 행보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이 복잡함을 짐작케 한다.
대선 시기 안 후보가 보인 여러 행동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들은 야권 지지자들이 보인 복잡한 심경의 원인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후보직을 사퇴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안철수 전 후보는 어느정도 열심히 문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문재인 투표자의 30.3%만이 그렇다고 답하며, 안철수 지지자 집단조차 34.8%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세간의 석연찮은 시선 불식시켜야또 "안철수 전 후보는 아름다운 대선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것에 대하여 반성하고 과오를 고백한 후에 정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투표자의 50.1%가 찬성하며, 안철수 지지자들도 51.2%가 찬성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분명하게 안 후보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질문은 하위 문항으로 "11월 14에서 18일까지 문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다 중단한 것", "사퇴 이후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방식" "안 후보가 대선 투표를 마치고 같은 날 미국으로 출국한 것" 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물었는데, 이런 문항에 대한 답변도 상위 문항과 마찬가지로 50~60%대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대선후보 사퇴 후 안철수 전 후보가 외부와 접촉을 끊고 2주간 잠적한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투표자 가운데 70.8%가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안철수 지지자들조차 60.1%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런 판단과 같은 선상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54.7%가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에 관하여 안철수 후보도 공동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야권지지자들의 경우 안 후보가 "좋은 놈"이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전폭적으로 신뢰하기엔 석연치 않은 면을 그에게서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안 후보마저 어쩌면 "이상한 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 보궐선거에서 안 후보는 그를 아직까지는 "좋은 놈"으로 여기는 믿음의 덕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작은 불신의 씨가 이미 여러 곳에 뿌려져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는 자신이 "이상한 놈"이 아니라 단연코 "좋은 놈"임을 입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좋은 놈"을 "이상한 놈"으로 만들기 일쑤인 한국정치의 문법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놈"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에는 특유의 추상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대선 과정에서의 과오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성찰하는 모습을 적절한 때에 보이는 것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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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과 '이상한 놈'의 기로에 선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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