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50만원주고 얻었다는 집이다. 동네 꼬마들손까지 빌려 이사를 마쳤다 한다.
조남희
컨테이너에 있던 살림을 그 집으로 옮긴 과정을 들으니 더욱 기가 막혔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 도와주고 리어카에 살림을 실어 동네 꼬마들의 손을 빌려 짐을 다 옮겼다는 것이다.
내가 물을 질문은 아닌 것 같지만, 물었다.
"대체 어쩌다 제주에 내려와서 이렇게 혼자 밭일하며 살아요? 외롭지는 않아요? 저 비닐하우스 있는 땅은 대체 어쩔 거에요?""동네 꼬마애들 맨날 놀러 오는데 뭐... 크크 비닐하우스는 포장마차를 차릴 거야. 살사 포장마차. 내가 살사댄스 배웠잖아~ 손님들 오면 댄스 한 번씩 하지 뭐!"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쉼 없이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당연히 일만 하고 살아야 되는 줄 알고 살아오다가, 회사에서 주5일 근무제를 하면서 휴일이 생기자 대체 뭘 해야 될지 몰랐단다. 그러다 여행이라는 것을 하게 되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내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됐지만, 이게 아니다 싶었고 휴가를 내 제주에 내려왔던 작년 3월, 겨우 3일 동안 제주에서 올레길 두어 코스 걸어봤으면서 '제주도에서 살아볼까?'란 생각을 해버렸다.
가진 돈을 털고, 대출도 받고, 그녀를 지켜보던 친구의 도움도 받아 와흘리에 농지로 되어있던 집도 한 채 안 올려져 있는 240평의 땅을 샀다. 동네 주민들이 흉흉하다고 했을 정도로 무성한 수풀과 나무들로 가득 찼던 그 땅을 보고 그녀는 생명의 기운을 느꼈단다. 친구와 둘이서 말 그대로 '삽질'을 하다가 답이 안 나오길래 굴착기를 불러다가 밀어버렸다. 비닐하우스 옆에 300만 원 주고 컨테이너를 놓았다. 그리고 무성한 잡초를 곡괭이 하나에 의지해 모조리 캐서 씨를 뿌릴 수 있는 밭을 일궈놓았다.
"장보러 가는 길이 완전 '미션' 수행하는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