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알리에게 보낸 문자컴퓨터도 사주고, 세탁기도 사준다는 사장의 말... 밀린 급여 지급이 우선이다.
고기복
"알리야, 컴퓨터 사줄 거야. 세탁기도. 알았지?" 이 사장님, 참 '좋은 분'이다. 컴퓨터도 사주고, 세탁기도 사준다니. 그런데 알리는 "사장님, 나빠요"라고 말한다.
사장이 자꾸 "돈 없어, 돈 없어" 하면서 석 달 넘게 월급을 주지 않자, 알리는 사장에게 "사장님 카드 있어요, 카드로 컴퓨터 살 수 있어요, 세탁기 살 수 있어요, 나 컴퓨터 고장 났어, 세탁기 고장 났어... 왜 돈(월급) 안 줘요?"라며 지급하려고 했다면 왜 지급 못 했겠느냐고 따지듯 말했다. 그 뒤부터 사장이 "컴퓨터도 사 주고, 세탁기도 사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한 지가 벌써 반년이 넘었다.
이란인 알리는 1998년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가 본국에서의 종교적 핍박을 이유로 난민신청 중인 사람이다. 알리는 난민심사 중,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얻어 2011년 10월부터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 봉제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난민신청자가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알리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석 달 보름 치의 급여(540만 원)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도 임금 지급이 밀린 적이 있었는데, 알리는 외부에 있는 한국인·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그럴 때마다 사장은 마지못해 한국인·단체를 통해 임금을 전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둔 뒤 알리가 사장에게 미지급 임금 540만 원을 달라고 하면, 사장은 매번 조금만 기다리면 주겠다는 약속만 했단다.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알리는 그 봉제공장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그만둔 뒤에도 내국인 노동자들과는 다른 취급을 받았다. 왜냐면 1년도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기까지 같이 일하면서 급여를 못 받았던 한국인 동료들은 밀린 급여를 전부 받았기 때문이다. 알리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통화에서 알게 된 사실은 사장이 알리가 난민신청자라는 것을 알고, 밀린 급여를 요구하면 출입국에 전화를 걸어 알리가 출근하지 않으니 잡아가라고 하겠다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일과 관련해 나는 지난 15일 봉제업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사장은 "회사 영업이 잘 되지 않아 급여를 주지 못했는데 조만간 지급하겠다"고 둘러댔다. 전화를 끊고 나서 사장이 이러 저렇게 말을 하더라고 알리에게 전달하는 동안, 그 사장은 알리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알리야, 컴퓨터 사줄 거야. 세탁기도. 알았지?"이 정도 되면 알리가 있던 봉제업체의 사장은 근로기준법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업주라고 해도 무방하다. 알리를 고용하면서 임금지급 기본 4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지킬 의사도 없으면서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단지 난민신청을 한 '만만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들, 임금 지급에도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