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 작은 텃밭에 가득한 개똥을 치우는 아이.
조남희
월령리 마을에 도착했지만 워낙 길치인지라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나가시는 할머니를 붙들고 물어 물어 도착한 작은 집. 두리번거리고 있자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람들과 자원봉사를 신청한 아이들이 곧 도착했다. 정낭(제주도의 옛날 대문에 걸쳐놓은 굵은 나무가지)을 내리고 들어선 집의 작은 텃밭은 동네 개들이 들어와 싸놓은 똥 무더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치연대에서 자주 와서 가꾸는 데도 개들은 어찌어찌 넘어들어와 똥을 싸놓는 모양이었다.
목장갑을 끼고 삽으로 개똥을 퍼서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똥이 굳어서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똥은 똥이니 삽으로 조심조심 푸고 있는데, 내 옆의 여자아이가 목장갑 낀 손으로 개똥을 그대로 집어서 치우고 있었다. 처음 하는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무안한 마음에 삽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가 주무시던 두세 평 남짓한 방 한 칸과 주방이 전부다. 생전에 생활하시던 모습 그대로가 느껴졌다. 할머니가 덮으시던 이불과 신으시던 신발, 쓰시던 가재도구 그대로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치 잠시 외출하신 것처럼 느껴졌지만 방 한구석에 정리된 할머니가 턱을 덮으셨던 하얀 무명천들과 벽에 걸려 있는 할머니의 사진들이 생전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생각하게 했다. 생전에 사셨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에서 삶터보존회와 자치연대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