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도시들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슬로베니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이 다 그렇다.
서지은 제공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국제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대학생 둘. 사촌 간이라는 그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는 고사하고 가이드북 하나 없이 '미친 자의 지팡이처럼' 여행하는 나를 걱정하며 한국어로 된 '동유럽 가이드북'을 선뜻 내줬다. 그게 고마워 나는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사고,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묵었던 싸고 깨끗한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친절까지 보였다.
마케도니아의 호수마을 오리드에서 만난 R도 잊을 수 없다. 중국에서 출발해 베트남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경험이 있다는 그와는 같은 숙소에서 열흘을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그 기간 동안 그 마을에 머물던 동양인은 우리가 거의 유일했다. 호스텔 주방에서 R이 만들어준 유럽산 쌀로 만든 고기덮밥의 맛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그와는 한국에 돌아와 두 번을 만났다. 함께 마시는 소주가 달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역에서 조우한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도 내겐 은인이다. 급하게 오스트리아로 전화를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살펴도 국제통화가 가능한 공중전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처음 본 내게 선뜻 자신의 스마트폰을 빌려줬다. 돌아가면 곧 복학할 것이라는 그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차가운 콜라 하나를 전했다.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그걸 받으며 웃던 잘생긴 청년. 보기 좋았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는 한국서 학군단 장교로 군 의무를 필하고, 군인 당시 모은 돈으로 10대 후반부터의 꿈이었다는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온 20대 중반 사내를 만났다. 그는 이미 인도와 아시아 여행을 마쳤고, 유럽을 거쳐 남아메리카를 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 친구 역시 이탈리아 베니스로 갈 것이라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직접 전화를 걸어 숙소까지 알아봐주고 저렴하게 베니스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상냥함을 보였다. 최근 그의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들었다. 원하던 기업에 취직했단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축하의 인사를 남겼음은 물론이다.
용감한 여성 단독 여행자들, 우리 한번 봐야지?지금까지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군대를 마친 남성 여행자. 위험이 닥쳐도 저항할 나름의 힘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이제부터는 앞서 언급한 여성 단독여행자들 이야기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미지의 여행지'라 불리는 발칸반도를 혼자서 종횡무진하고 있었기에 대견하고, 놀라워서 밥 한 끼, 커피 한 잔이라도 사주고 싶었던 용기 있는 한국의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