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권우성
"결혼만 하면 호강시켜준다"는 약속이 효력없는 까닭결혼 생활 중 부부는 서로 많은 약속을 주고 받습니다. 특히 배우자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사죄의 뜻을 담아 각서를 작성해 주기도 합니다. 이 각서는 효력이 있을까요? 오늘은 부부간 계약의 법적 효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하고 위반하는 쪽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부부간 계약은 여러 가지로 특별합니다.
먼저, 이행을 기대하기 힘든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결혼 당시에 아내에게 "당신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게 하겠다, 결혼만 하면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안타깝게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남편들이 아내들을 잘 떠받들겠다는 의미로 다양한 약속을 수시로 하지 않습니까. 물론 아내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겠지요. 이것을 민법에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하는데, 상대도 진의 아님을 알았다면 무효가 됩니다.
또한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 현저하게 불공정한 사항 등은 당사자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것이라도 무효로 봅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각서 등을 통해 "바람을 피우면 손가락을 자르겠다"거나 "상대의 잘못이 있더라도 절대로 이혼을 청구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을 하거나 재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배우자 중 한쪽이 "자녀의 친권과 면접교섭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각서를 썼더라도 그 약속 자체가 유효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친권과 면접교섭권 등은 부모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고, 자녀의 권리라는 성격도 띠고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포기하는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부부의 협의 또는 재판을 통해 결정할 일입니다.
부부간 계약, 언제든지 취소 가능하다?부부 사이에 주고 받은 각서나 계약이 지키기 힘든 약속이 되는 근거는 또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민법 828조입니다.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부부 일방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아내 명의로 되어 있는데, 남편이 자기 명의로 바꾸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남편 명의로 넘겨주기로 계약서나 각서를 썼더라도 나중에 아내가 입장을 번복한다면 법률적으로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부간 계약만 특별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으로 2012년 2월 10일 이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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