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블랴나를 상징하는 동물은 아마도 용인듯. 도시 곳곳에 용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흔하다.
서지은 제공
거대 예술의 도시에서 아기자기한 예술품의 도시로2011년 여름. 류블랴나에 도착하기 전 일주일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머물렀다. 장엄하고 웅장한 슈테판성당과 오페라극장. 공무원의 직장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운 국회의사당과 시청사, 지난날 황제와 여제가 사용했다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들. 비엔나의 건축물은 그 크기에서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규모와 인구에서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가져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열망 탓일까? 나는 조그맣고, 조용한 도시에 더 매력을 느낀다. 관광객과 취객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태국의 수도 방콕보단 이웃나라 라오스의 한적한 수도 비엔티안이 좋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려 30분씩 줄을 서는 이탈리아의 로마보단 적요하기까지 한 알바니아의 티라나가 좋았다.
비엔나에서 류블랴나까지의 거리는 급행열차로 3시간 남짓. 그러나, 풍광과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다른 대륙으로 건너온 것처럼 달라졌다. 비엔나가 광역화된 거대 도시라면, 류블랴나는 시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커다란 나무 아래 꼬마아이가 그네를 타는 시골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