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 중앙탑, 수미산이 보인다.
박찬운
이제 앙코르 와트 관람의 종착역에 다다랐다. 제2 회랑의 내정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중앙탑이 우뚝 솟아있음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모습이다.
이때 심장이 약한 사람은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가. 사실 앙코르 와트의 제3 회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사람이 올라가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천상계를 표현한 제3 회랑과 중앙탑을 어떻게 인간이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는 계단으로 만들었겠는가.
최영도 변호사는 이 부분에서 "층계를 이렇게 만든 것은 천계로 올라가는 길은 겸허한 마음으로 두 손을 짚고 두 발로 기어서 올라가라는 종교적 이유에서 그러지 않을까"라고 썼는데, 나도 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분의 말씀에 공감했다.
겸허한 마음으로 기어 올라가라하여튼 방법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저 지성소를 보지 못하고 간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상체에 무게 중심을 둔 다음 한 발 한 발 정성을 들여가며 올라갔다. 이제 제3 회랑에 도착하였으니 무엇을 보아야 할까. 먼저 서회랑 쪽으로 올라가 몇 시간 전에 올라온 서쪽 해자와 신도 중앙 고프라 그리고 다시 신도 제1 회랑과 제2 회랑을 보자. 얼마나 이 신전이 기하학적 균제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였는지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중앙탑을 바라보자. 서쪽에서 오는 밝은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을 중앙탑의 외벽을 자세히 살피자. 아마도 외벽을 가득히 메운 여신들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앙탑의 아래에 모셔진 지성소에 가보자. 그곳이 바로 이 사원을 건립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모셔진 지성소다.
물론 중앙탑 아래에도 제2 회랑 쪽에서 본 4개의 십자형 못이 있으니 이곳도 내려가 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위의 회랑을 바라다보면 벽면 곳곳에 압사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장난에 의한 것인지 반들반들한 압사라의 가슴을 만날 수 있다.
그쯤 했으면 이제는 서쪽 회랑의 베란다로 나아가 회랑 벽에 등을 대든지 아니면 그곳 베란다에 잠시 앉아 넘어가는 석양을 보자. 그리고 이 사원을 만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인류의 문명을 잠시나마 정리해 보자. 할 수만 있다면 잡다한 인간세계에서 잠시나마 떠나 천상의 무희들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도 꾸어보면 이 앙코르 와트의 관람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주달관이 감동한 앙코르 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