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송인상. 드럼 김휘연. 보컬 송인효 이름하여 '촌놈 밴드'. 요즘 작은 도서관이 '촌놈 밴드'의 연습실이 됐습니다.
송성영
촌놈 밴드는 주로 인효 녀석의 자작곡을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작사 작곡 노래를 불러왔던 인효 녀석의 노래에는 시골 '촌놈' 정서가 묻어있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엄마의 부침개 굽는 소리 같다는 '부침개'를 비롯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면서 저 하늘 구름 사이로 날아가고 싶다는 '자전거를 타고'. 늦은 밤 귀가길 별과 달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이 담긴 '밤길'. 돌담 틈 사이로 핀 작은 민들레를 보면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슬프다는 '아름다운 것들'. 어린시절 아빠가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나오는 푸른 굴뚝 연기가 그립다는 '아궁이' 따위의 노래에는 세 살 무렵부터 산골 생활을 했던 녀석의 정서가 물씬 묻어 있습니다.
아들 노래 한 곡 덕분에 아내와 다시 나눈 대화촌놈 밴드 녀석들은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김유신 사부'와 함께 즉흥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즉흥 연주에 맞춰 노래하던 인효 녀석이 느닷없이 엄마 아빠의 불편한 관계를 노래에 실었습니다. 즉흥적인 노래 가사였기에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 하는 아빠, 편리한 콘크리트를 좋아하는 엄마, 서로가 생각이 달라 싸우는데 이제 그만 좀 싸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면서…"노래 가사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콘크리트를 싫어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엄마도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노래로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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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인효 작곡 작사 노래 <부침개> '부침개'는 전남 고흥으로 이사와 송인효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든 노래. ⓒ 송성영
요즘 우리 부부는 사이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한동안 대화가 단절되기도 했습니다. 새 집을 짓고 생활하면서 언제부턴가 서로 보고 느끼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예전처럼 가진 것 없어도 소박한 삶을 살자 하지만, 아내는 그런 생활이 이제는 지긋지긋한 모양입니다.
아내는 비가 오면 질퍽거린다며 내가 싫어하는 콘크리트 벽돌로 집 주변에 길을 냈고, 목수를 불러들여 내가 만든 조악한 현관 비막이를 뜯어내고 새로 올렸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반드시 대학을 가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고, 나는 학력이나 학연 따위를 위한 대학은 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티격태격 하면서 험한 말이 오고갔습니다. 결국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하고 아예 입을 닫았습니다. 눈치 빠른 인효 녀석이 이 사실을 모를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녀석이 노래할 때만큼은 같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녀석의 노래를 즐깁니다. 같은 시선으로 박수 치고 때로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어제는 김유신씨가 녀석의 노래를 듣고 있던 우리 부부를 마이크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즉흥연주에 맞춰 나는 싸우기 싫다고 노래했고 미안하다고 노래했습니다. 오늘처럼 녀석의 노래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살겠다고 노래했습니다. 아내는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을 속 시원하게 퍼부어 댔습니다. 서로 조근조근 대화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녀석의 노래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전달했던 것입니다.
노래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있는 송인효. 녀석의 노래가 우리 부부의 입을 열게 해줬습니다. 녀석의 노래가 우리 부부 사이에 막혀있던 벽을 허물고 작은 소통의 공간을 열어줬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점심 무렵에 아내가 다락방 컴퓨터 앞에서 꼼지락 거리고있던 내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동안 밥 먹으라는 말 한마디 없던 아내였습니다.
"인효 아빠, 애들 먹을 때 같이 먹자!""알았어! 내려갈게."나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녀석의 노래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세상을 바꿔 놓고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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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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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그만 좀 싸워~" 아들 노래에 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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