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배려는 이란 사람들의 일상인 것처럼 보였다.
홍성식
테헤란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알리라는 이름의 청년이 써준 '쪽지'를 보물처럼 챙겨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출근을 서두르는 듯한 착하게 생긴 아저씨 앞에 다짜고짜 그걸 내밀었다. 내가 찾는 숙소와 그 숙소가 위치한 거리 이름이 페르시아어로 적힌.
놀라워라. 그는 제 가던 길을 포기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은 물론, 경찰에게 길까지 물어가며 내가 테헤란에서 묵을 호텔 바로 앞까지 바래다줬다. 자신의 아까운 시간을 1시간 넘게 뺏겼으면서도 귀찮다거나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무슬림들은 타자에게 베푼 친절과 자비가 자신의 덕으로 쌓인다고 믿는다는 걸 익히 들은 바 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현실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고맙기 짝이 없었다.
테헤란 관공서 벽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슬림은 형제다.허나 그 아저씨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종교를 가지지 않았기에 이교도와 다름없는 나까지 형제로 대해준 것이다.
사례를 거부하고 총총히 제가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그 사람을 불러 세워 내 이름을 말해줬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기는 "후세인"이란다. 소리 없이 새겨지는 조용한 미소가 살아생전 내 아버지의 그것과 닮았다.
그때였다. 나는 지레짐작 이란에 관해 느꼈던 선입견과 두려움을 남김없이 털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터무니없이 착한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면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치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수많은 알리와 후세인, 그리고 모하메드가 증명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