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의).
MBC
MBC월화 드라마 <마의>의 주인공인 백광현(조승우 분)이 마의가 된 사연은 참으로 기구하다. 태어나자마자 불행이 닥치지만 않았다면, 그는 한성 최고의 재력가이자 명문가인 집안에서 유복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드라마 속 백광현의 불운은 1645년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그의 아버지가 소현세자 독살의 진상을 눈치 챈 것이 화근이었다. 독살의 배후에는 세자의 아버지인 인조 임금이 있었고, 백광현의 아버지는 도리어 반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아버지가 처형된 직후에 태어난 백광현은 관군의 손에 죽을 뻔했지만, 그의 아버지로부터 은덕을 입은 사람이 그를 빼내 자식처럼 키워준 덕분에 외딴섬에서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해가 흐른 뒤 백광현의 양아버지마저 관군에 쫓겨 죽임을 당하고, 함께 도망가던 백광현은 벼랑에서 물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직후에 그가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어 말 목장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마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스토리다.
주인공 백광현 둘러싼 이야기는 대부분 허구 모든 사극의 인물 이야기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드라마 속 백광현이 마의가 되는 과정은 거의 다 허구다. 그의 출생과 불행이 소현세자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조선 후기의 문인인 정내교의 문집인 <완암집>의 제4권 '백태의 열전'에서는 "태의 백광현은 …… 인조 시대에 태어났다"고 했다. 조선 후기 영의정인 조현명의 문집인 <귀록집>의 제14권 '백지사 묘표' 즉 '백광현 묘비'에서는 "(그가) 을축년에 태어나 정축년에 사망했다"고 했다.
인조시대(1623~1649년)의 을축년은 서기 1625년 2월 7일부터 1626년 1월 27일까지다. 소현세자는 1645년에 사망했으므로, 세자가 사망할 당시에 백광현은 스무 살 혹은 스물한 살이었다. 세자가 사망한 직후에 백광현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드라마 속의 허구에 불과하다.
백광현의 집안이 한성 최고의 재력가이자 명문가였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한 "태의 백광현은 …… 인조 시대에 태어났다"의 말줄임표(……) 부분에는 "작은 집안의 자식이었다"는 문장이 있다. 또 뒷부분에는 "집안이 본래 가난해서"라는 문장도 있다. 백광현은 일반적인 서민 가정 출신이었던 것이다.
또 <귀록집>에 따르면, 백광현은 임천(林川) 출신이었다. 임천은 지금의 충청남도 부여군이다. 그러므로 그가 한성의 유력 가문에서 출생했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 이처럼, 백광현의 가문과 출신에 관한 한, 이 드라마는 거의 다 허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