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1-3)> 겉그림. 환갑이 넘은 나이에 베르나르는 1만2천킬로미터 대장정 실크로드를 완주했다.
효형출판사
여기에서 베르나르 올리비에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이 사람이 쓴 <나는 걷는다(1-3>의 책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사람은 전직 언론인으로서 나이 60이 넘어서 실크로도에 도전한다. 그것도 이스탄불을 기점으로 중국 서안까지 장장 1만2천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것을 전부 걸어서 가기로 결심한다.
4년간에 걸쳐 구간을 나누어 한 번에 3~4개월간 혼자서 걷는 담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의 이 탐험은 1999년부터 시작되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그 먼 길을 혼자서 묵묵히 걸어갔다.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마침내 그는 시안에 도착한다. 그가 실크로드 탐험을 하면서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1300년 전 이 길을 타고 천축국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혜초를 그릴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실크로드를 걷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나 같은 범인은 이런 계획도, 실행도 할 수 없다. 그게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한계다. 그럼에도 베르나르가 경험한 그 한 구간만이라도, 그가 느낀 것의 만분의 일이라도 느끼고 싶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이 나의 실크로드 여행이었다. 독자제현도 충분히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실크로드 여행은 2010년 7월 15일 출발하여 9박 10일간 일정이었다. 7월 15일 서안에 도착하여 대안탑을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그 후 천수, 난주, 가욕관, 돈황, 하미, 선선, 트루판, 우루무치에 도달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서안으로 복귀하여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 코스에서 중요한 것은 서안에서 우루무치 구간 2800킬로미터 전 구간을 육로로 경험한다는 것이었다. 열흘간의 일정으로 그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했지만 원래 실크로드를 여행한다는 것이 모험과 땀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 여정을 선택하였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내가 경험한 실크로드 여행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불교문화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제일은 석굴문화이다. 불교문화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인도식 석굴문화도 함께 전파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4대 석굴이라고 불리는 돈황 막고굴과 천수의 맥적산 천불동을 둘러보았고, 그 외에도 난주 병령사 석굴, 돈황 근처 과주의 유림석굴, 투루판의 베제클리크 천불동까지 볼 기회를 가졌다. 석굴 이외에도 몇 개의 불교문화 관련 유적을 돌아보았는데 서안의 대안탑, 난주의 백탑산 공원 등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둘째는 고대 중국의 찬란한 역사를 짚어보는 것이었다. 서안의 병마용과 화청지, 그리고 서안의 명대성벽이 그것들이었다. 비록 서역의 역사에서 중국의 역사로 편입된 것이기는 하였지만 투루판의 교하고성과 고창고성도 역사 탐방의 주요 항목이었다.
셋째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완상하는 것이었다. 병령사 석굴에서의 황하와 산세 절경, 돈황의 명사산과 월아천, 선선의 투무타크 사막의 일출, 우루무치의 천산천지 등이 그것들이다.
넷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가 있는데, 실크로드의 그 험난함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다.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육로 2800킬로미터를 직접 접하면서 2천 년 전 실크로드를 여행한 여행자들의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는 것이었다. 돈황에서 하미까지 430킬로미터의 고비, 화주라 불리는 투루판의 50도 기온은 안락한 자동차와 시원한 에어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극한 체험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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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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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60 넘어 1만2천km를 걸어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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