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화려한 채색 타일은 없지만 기하학적인 단아함이 넘치는 자메모스크 내부.
박찬운
우리 일행은 반크 교회 이곳저곳을 본 다음 이스파한의 또 하나의 세계문화유산인 자메모스크로 향했다. 이곳 또한 그 규모나 역사성에서 이란을 대표하는 모스크다. 특히 이 모스크는 원래 사산조의 조로아스터교의 사원이었다. 그 후 셀주크 터키의 지배 하에서(12세기) 이슬람 모스크로 다시 건축된 것인데, 보존 상태가 극히 양호하다.
이란-이라크 전쟁 시절 이라크의 폭격으로 일부 파손된 곳이 있어 복구한 것 이외에는 한 모스크 안에서 셀주크 시대와 몽골시대 그리고 사파비 왕조의 모스크 양식을 전부 볼 수 있는 아주 보기 드문 모스크라 생각되었다.
이곳 안내는 이스파한의 전문 가이드가 담당하였는데 그의 세심한 설명이 내가 가지고 간 안내서보다 훨씬 알기 쉬웠다. 우선 이 모스크에 도착하여 정문을 들어가려 하니 쇠사슬이 걸려 있다. 셀주크 시절에 이 모스크에는 사람만이 들어가지 낙타 등 동물은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이 쇠사슬은 낙타가 들어갈 수 없다는 표식이다.
몇 발자국 더 들어가 보니 모스크의 벽면은 오로지 진흙 스터코와 흙벽돌로만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안내자는 벽면을 가리키며 그것이 셀주크 방식과 사파비 양식의 큰 차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파비조의 모스크에는 수많은 컬러타일이 붙여졌지만 셀주크 시대에는 이런 타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스크의 중심에 들어가자 한가운데 정방형의 표시가 있다. 이것은 조로아스터교 시절에 불이 타던 곳이라 한다. 우리는 발길을 옮겨 몽골(티무르 제국) 침입 후 만들어진 부분을 살펴보았다. 벽면의 스터코 부조가 있는데 안내자는 이것이 이 모스크의 보물이라 설명한다. 왜인고 하니 반질반질한 대리석 표면에 이런 진흙 스터코를 붙여 부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