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탑에 이어, 현재 남아 있는 모전석탑 중 두 번째로 오래된 작품은 경북 의성 금성 탑리의 5층탑이다.
정만진
선덕여왕은 자장이 당나라에서 돌아왔을 때에 그를 분황사에 머물게 했다. 원효도 죽은 뒤 아들 설총에 의해 분황사에 모셔졌다. 물론 그 원효는 타계 이후이므로 실존 인물일 수는 없고, 설총이 만든 소상(塑像)이다.
분황사에는 원효의 소상만이 아니라 솔거가 그린 관음보살상 벽화도 있었다. 755년(경덕왕 14)에 조성된 거대 약사여래입상도 있었고, 기도를 올리면 맹인의 눈을 뜨게 해주는 사찰이라는 <천수대비가> 전설도 깃들어 있었다. 아마도 신라 시대 내내 수많은 불신도들이 앞다투어 분황사로 발걸음을 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설과 탑만 남아 있다. 몽고와 왜가 쳐들어 와 신라의 눈부신 문화재들을 모두 없애고 말았다. 그래도 국보 30호인 분황사 탑이 '현존 가장 오래된 모전 석탑'이라는 영예를 뽐내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분황사 탑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모전석탑이다.
또 한 가지 분황사에 남아 있는 것은 '삼룡변어전'이라는 우물이다. 신라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이 우물은 재미있는 전설을 가진 유적이다. 전설은 삼룡변어정(三龍變魚井)이라는 이름 속에 고스란히 숨어 있다.
삼룡변어정에는 용 세 마리가 살았다. 신라를 지키는 용들이었다. 그런데 795년(원성왕 11) 당나라 사신이 용들을 물고기로 바꾸어서 잡아갔다. 원성왕은 그 소식을 듣고 즉시 추격군을 보내어 세 용을 다시 빼앗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