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을 위해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권우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인식에 공통된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군사독재 피해자와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한다.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법원에서 부일장학회 헌납에 강압이 작용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결국 법원이 최종판결을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잖아요.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는 결론을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한번 '김지태씨 유족들이 말하는 당시 정황은 강탈당했다는 것'이라는 질문에 박 후보는 "유족들이 그렇게 제소했죠. 그렇지만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강압조건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이 다 끝나고,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던 박 후보는 당직자에게 쪽지를 건네받는다. 그러곤 다시 기자들 앞에 서서 직접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제가 '강압이 없었다'고 했나요? 그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구요. '강압이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패소판결을 한 것으로 제가 알고 있고요. 연합뉴스에 보면, 우리 기자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죠 이 내용은? '강압에 의해서 주식증여의 의사표시를 했음이 인정된다'고 재판부가 얘길 하고, 또 '강박의 정도가 김씨 스스로 의사결정할 여지를 완전히 박탈할 만큼 증여행위를 아예 무효로 할 정도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 기사가 나서…. 제가 아까 (강압행위가) 없다고 말한 건 잘못 말한 것 같습니다."박 후보가 말한 재판은 김지태씨의 장남 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인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1962년 당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이 권총을 차고 와서 김씨를 겁박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과거 군사정부에 의해 자행된 강압적인 위법행위로 주식이 증여됐으므로 국가는 김지태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강박에 따른 증여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은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 20일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됐다"는 것과 "김지태가 증여행위를 아예 무효로 할 정도로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 후보가 해당 소송 판결 내용에 대해 한 번만 알아봤어도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강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면서 "연합뉴스에 보면, 우리 기자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죠, 이 내용은?"이라며 해당 소송 관련 내용이 무슨 새로운 소식이나 되는 듯 말했다.
공부를 안 해서 그러는지, 알면서 그러는지